CYCLE+SWIM 2015. 9. 16. 17:35

2015 무주 그란폰도 완주 후기.

안녕하세요 잠냥입니다,


무주그란폰도 후기. 간단하게 쓰겠습니다. 코스에 대한 이야기는 빼고 그라폰도 대회 전반적인 감상에 가깝습니다




1. 전날 비가 꽤 왔더군요, 하지만 대회 시작과 함께 비가 그쳤고 대회내내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2. 미리 출발선 근처에 나가있는게 좋겠더군요, 초반 병목이 꽤 심해서 출발신호가 나가도 한동안 클릿을 낄 수 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함께 간 일행중에 경험자가 꽤있어 함께 최대한 칼치기를 하여 병목구간을 돌파한뒤 첫 고개가 시작되기 전의 전원구간을 도망치듯 빠져나왔습니다. 그나마 이때 도망치지 못했으면 아마 30분은 늦어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3. 고개가 시작되면서 일행들과 다 찢어지게됬습니다, 각자 페이스가 다르니까요.


4. 그렇게 혼자가 되어 오르막을 오르고 내리막을 내려가는데, 전날 비가 꽤 왔던것도 있고 해서 다운힐 노면이 딱봐도 다 마르지 않아있는 구간이 많았습니다. 첫 다운힐부터 사고자가 발생했더군요..


5. 저는 무주그란폰도 최초 참가였기에 코스에대한 지식이 전무하여 할수있는한 최선을 다해 갈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페이스 조절은 하되 가능한 하이페이스로 도전하는 자세로 대회를 임하기로 결정을 내렸죠.


130km라는 긴 길이의 코스에 작은 언덕배기까지 다 포함하면 10개정도의 업힐이 있는 코스였기에 잠깐씩 앞뒤로 멀어지기는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얼추 비슷한 페이스의 참가자들과 그룹이 형성되는데, 이게 저는 그라폰도의 백미였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까지 같이 탄 사람이 없어졌다 다시 만났다 없어졌따 만났다 또 같이 타기도 하고 ..


비슷한 속도로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과는 처음보는 사람이지만 '힘드네요, 날씨 좋네요' 하고 얘기도 주고받고 하다보니 끝이없는 업힐도 조금은 머리를 비우고 올라갈 수 있었고.. 다운힐과 평지에서는 싸인을 주고받으면서 로테이션을 돌면서 시원하게 내달려 나아가면서 생판 남이지만서도 자덕간에 그 묘한 유대감 이랄까..


굉장히 묘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서로 응원도 하고  엄지도 척 들어보이고 말이죠.  



6. 이게 아마추어 동호인 대회라곤 해도 순위나 타임에 욕심이 있는 분들이 꽤나 출전하는 대회이다보니 생각보다 위험한 상황이 꽤 있었습니다, 저도 나름 65, 70으로 다운힐을 쏘는데 그 옆을 인기척도 없이 나타나서 추월해 지나간다던지.....  


7. 무주 그라폰도는 확실히 초보자를 위한 대회는 절대로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두재 말고는 도마령(800m) 정도가 좀 빡쌔긴 했습니다만, 업힐을 빼고서라도 구간구간 노면상태가 좋은편이 아니고 다운힐의 난이도가 상당한 수준입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서 타임을 뽑는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보니 최대한까지 몰아 붙이긴 했습니다만 절대 쉬운 구간들이 아니더군요.  거의 다운힐 마다 낙차사고를 목격한 것 같습니다.


8. 오두재는 지옥 그 이상입니다. 

이건 제가 두번다시 무주그라폰도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유1 이기도 합니다.


오두재라는 코스가.. 단순히 경사도가 쌔고 자시고의 문제를 떠나서, 굉장히 길 자체가 위험한데, 이걸 몇해째 대회가 계속되는데도 길을 정비하지 않는다더군요. 


빡쌘 대회의 아이덴티티로써 오두재라는 코스를 집어넣은것은 이해 하겠습니다만


참여하는 라이더들의 안전은 전혀 배려하지않는다는 느낌이 너무나 강했습니다. 


20~25%에 육박하는 경사도의 길에 길 폭은 1차선 도로폭인데 시멘트바닥이 다 갈라져있으면서 그걸 아마추어 동호인보고 넘으라는건, '한번 넘을테면 넘어봐 ㅋㅋㅋㅋ' 하는 것 같더라고요.

(영화 타짜의 혜수누나 생각이 정말 많이 났습니다..)


9. 아x노 바x탈?


자세하게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아마, 오두재를 넘고 적상산으로 가기기전 다운힐 중간쯤에 터널을 낀 작은 언덕에서 였떤 것 같은데.. 주최측에서 터널 앞에서 종이컵에 음료를 한잔씩 주더군요,


극도로 털린 상태였지만 거기서 자전거를 세우고 음료를 마시는건 자존심이 왠지 허락하지 않아서


지나가면서 한컵 손에 받아들고(오 나 좀 멋진데? 하고 우쭐 한건 사실) 한입에 탁 털어 넣었는데


무슨 박카스 x4같은 맛이더군요?? 그런데 이게 !!!!!!!!!!!!!!!


무슨 스타크래프트 마린 스팀팩 쏜것처럼 마시자 마자 진짜 무슨 마약도 아니고.. 바로 부왁 하고 힘이 솓더군요?


나중에 일행분한테 물어보니 그게 아미노 바x탈 이라는 파워젤의 일종이라는것 같더군요..


저는 파워젤이 입에 안맞아  양갱,쩰리만 먹으면서 탔는데 진짜 신세계를 경험했습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마약인줄 알았습니다 효과가 1초만에 오더군요.



10. 경사도 10%대 언덕이랑 20%대 언덕은 그냥 완전히 맥락 자체가 다르더군요..


오두재가 저 위의 사진 저게 다가 아니라 사실 저 한참 밑부터 15% 이상의 경사도로 쭈욱 이어집니다.. 그리고 20%가 시작되고 조금 올라 저 위의 깨진 시멘트길(20%)을 지나 또 한 참을 10~15% 로 올라갑니다. 제 가민에 22%가 한 2분정도는 그대로 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화악산도 가봤고 해서 내심 '오두재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자랑이 아니라 사실 힘들긴 했지만 ..어쨋건 끌바는 안했기에....)


저는 결국 오두재에서 중간에 결국 끌바를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정말 너무나 실망스럽더군요.. 정말로요..


제가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북악 망해암 백날 천날 하루에 세번씩 훈련해도 그것만 해서는 20%의 오두재는 못넘는다'  



제가 이 생각을 한게, 그란폰도의 마지막 코스인 적상산은 9km 의 길이로 경사도는 5~11% 정도? 


망해암, 북악 정도만 다녀본 저는 그냥 북악 5개라고 생각하고 그냥 올라갔습니다 힘이야 들었지만 못 올라갈 정도는 아니라는거죠, 


하지만.. 오두재.. 아마 설매제도.. 저는 안될거같더군요....


어디가서 연습을 하면 될까요 아... 정말 스스로에게 너무너무 실망이 들었습니다.. 



11. 괴수는 남녀를 불문한다.


오두재에서 끌고있는 제 앞으로 여자분이 댄싱으로 오두재를 지나가시더군요. 끗.


그 여자분 댄싱을 멍하니 한참 구경했습니다..



12. 구지 '무주 그란폰도' 일 이유가 전혀없다.


무주 그란폰도는 왜인진 몰라도... 아마도 오두재라는 코스의 아이덴티티가 있기 때문인것 같은데.. 국내 동호인 대회중에는 빡쎄다는 점이 매력으로(....변태들이야 전부..) 사랑받는 대회인데요..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첫번째 참여였지만,  대회 주최측이 몇해째  코스의 정비라던지 대회의 운영에 1%의 개선도 없는점에 꽤나 많은 분들이 분노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언제였냐면.. 


메디오폰도와 그란폰도의 골지점인 적상산은 해발 950미터가 넘눈 덕유산 국립공원 중턱에 자리한 주차장인데,


이자식들이 그 골인 지점에 보급도 없고 그냥 물빡스만 같다 던져놓았더군요 뭐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도 한참을 올라오는 인원들이 있는데도 골인한 인원들이 다운힐로 다시 그 적상산 코스를 내려가게 하더라 말입니다..  차량 통제도 안하면서말이죠


심지어 대회가 진행중인데 완주자를 태우기위한 차량이 계속 올라가고, 캐리어에 자전거를 싣고 내려가는 차들이 이 계속 이 구간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있었으며,, 거기에 주최측이 운영한 회수버스까지... 


거기다 오전까지 비가 왔고 하루종일 해가 들지 않은 날씨여서 정상에서 땀이 식은 완주자들 추위에 덜덜덜덜 떨어야했는데


회수차량은 동네 유치원버스 두대가 다였다는 사실.... 한 20명 태우고.. 한번 내려갔따 올라오는데 30분 이상. 


나중에야 주최측이 대형버스를 콜업했는데, 기사님이 위에서 계속 자전거가 내려오니 다 내려올때까지 자긴 못올라오겠다 하여


다 내려갈때까지  수많은 완주자들이  추위에 달달달달 떨어야했습니다. 제가 기사여도 거긴 못간다고 했을겁니다.


내려오는 자전거 통제나 하면서 그 큰 버스를 그 산까지 부르던지 ..


이것도 저것도 통제가 안되고 뭐랄까... 군대에 있을때 진짜 XX같던 저희 부소대장을 보는것 같았습니다..


결론은, 구지 내가 '무주그란폰도 완주자' 가 되고싶을 이유가 제가볼때 없다라는겁니다.


돈이나 싸면 즐긴다는 마음으로라도 참여할텐데 7만원이라는 참가비를 내고 '무주그란폰도 완주자'가 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정해진 시간에 완주를 해야만 기념품 저지를 주는 대회이니 무식한 언덕을 넘고 그 풍경을 즐길 여유도 없다라는거죠,


그렇다고 주변에 맛있는 맛집이 많냐? 그것도 아니고..(무주 비하발언 아닙니다 ㅠㅠ 주최측이 선정한 장소얘기에요.)


다행히 작년 올해 들어 동호인(이라 쓰고 자덕이라 읽는)을 위한 비슷한 맥락의 그란폰도들이 국내에 꽤 많이 생겨나는 추세이기도 하니까요.


가령 오크밸리 그란폰도라던지, 백두대간 그란폰도라던지, 


그쪽이 더 재미있고 위험하지도 않고 남는 것도 많을 거라고 저는 <b>확신</b>합니다.


차라리 '도전 오두재' 라고 하면 제가 내년에 또 도전할 수도 있겠는데,


 7만원이라는 돈을내고 전날 미리 자가를 이용해 무주에 내려가서 ,방잡고 새벽같이 일어나 위험한 라이딩을  필요가 없다 라는게 저의 결론입니다... 아쉽지만 요.


사실 저는 아직 덕력이 부족한건지 도 모르겠습니다;



13. 마무리.


다시는 참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재미 있었다고 생각하기로 합니다.


어쨋거나 져지도 한장 준다니..(망할 회수버스가 늦어서 내려와보니 져지 떨어졌다고 택배로 준다고..)


사고 없이 탈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9km의 적상산을 넘어 저 멀리 골이 보였을때는 정말 어디서인지 짜릿짜릿한 마지막 어택을 감행할 힘이 솓아나더군요


그 짜릿함을 맛 본것에 만족 하기로 했습니다.


다녀오신분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14. 추가.


위의 내용은 자전거당에  작성한것을 그대로 복사해 온 것이고.... 개인적인 감상을 추가하자면


함께 한 갑바이크의 모든 멤버분들이 다 너무 좋은분들이었고 유쾌한분들이어서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게 다녀온 대회였다.


저지는 택배로 보내준댔는데 도대체 언제 보내 줄런지.....


무튼 개인적으로 오두재를 끌바한것이 스스로에게 너무나 실망감으로 남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해 뛰었고 기분좋게 완주한것에 대한 짜릿한 성취감은 정말이지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