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CLE+SWIM 2018. 9. 14. 16:57

2018 랜도너스 브레베 광부광 600k 후기.

클리앙 자전거당에 작성한 후기를 백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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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도너스 브레베에 발을 들이던 순간부터, 누가 뭐래도 광주-부산-광주 600k 브레베는 한국 랜도너스 최대의 축제 그 자체임을 누누히 알고 있었기에

2016년 여름, 그 더위를 뚫고 대구 600을 완주했음에도, 신청했던 광부광 브레베. 전날밤 컨디션 유지 차 나갔던 야라에 고글안으로 벌이 침투해 눈두덩이를 쏘아.. 내려가지 못했고

 

2017년 마침내 광부광에 참여해 멋지게 출발했으나 한해 내내 저를 괴롭히던 무릎 부상의 재발로 부산에서 여정을 멈춰야만 했었기에

 

2018년, 저는 또다시 그 축제의 여정에 도전했습니다. 

 

GBG 바로 며칠전, 함께 내려가고자 했던, 제가 소속된  자전거당 브레베팀인 팀불나방 멤버들의 광부광 참여가 힘들게 되어 .. 저도 함께 김이 새 취소를 했었습니다만, 

 

팀 불나방의 얼굴담당 블레어님을 비롯한 다른 자당분들도 계시고, 작년 DNF 의 복수를 내년까지 미루는 것은 그것 대로 용납이 안되어져 취소 후 재신청을 거듭해 결국 광주에 내려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전날 일정을 소화하고 느즈막히 광주에 내려가니 먼저 방을잡고 주무시고 계시네요, 느즈막히 모텔방 문을 열어보니

 

블레어님이 쩝쩝 뭔가 맛있게 드시는 꿈을 꾸시는 듯 하더니만 '당신 또 늦게와서 잠 제대로 못자고 빌빌대고 아주 XXX XXXX XX 야' 하시는군요 ?  언능 씻고 내일을 위한 잠을 청해봅니다.

 

축제의 시작.

언제나 그렇듯 광부광의 출발은 정말 엄청난 기분입니다. G-B 300K에 참여하는 100여명 +  GBG 600에 참여하는 100여명이 동시에 뽷! 하고 출발하거든요.

 

 

많이 들 취소 하신 줄 알았는데, 사진에 빠진분을 포함해 자당에서만 스무분 가까운 멤버가 참여한 것 같습니다. 

단일 동호회 최다 참여가 아닐런지. 뿌듯하고 반가운 기분입니다. 곰곰님 여전히 눈팅 하고 계시겠죠?

 

이렇게 출발한 란도너들은 광주 시내를 질주해 50키로 지점 즈음인 cp1을 지나 지리산 둘레길을 통과해 120 키로 지점인 cp2까지 가게됩니다.

워낙 많은 인원이 출발하기 떄문에. 초반에 광주 시내를 힘내서 빠져 나오는게 그 이후 주행을 꽤 편하게 해준다는걸 다들 잘 알고 계셔서 인지.. 아니면 부산에서 끝나는 300러 분들의 페이스에 말려든건지 잘 모르겠지만, 꽤 빠른 페이스네요.

 

닉희님이나 간큰남자님 같은 베테랑 분들의 페이스는 이해가 되는데.. 왜 자꾸 빤스런님과 블레어님이 죽을듯한 숨을 토해내며 팩을 끌어 재끼는지..  블레어님은  페이스 이빠이 올려놓고는 잠냥 빨리 안끄냐!!! 하시는군요 ㅡ,.ㅡ

 

cp1까지의 페이스는 정말 무슨 그란폰도를 질주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자당 팩에 묻어 끌고 끌려가고 하는데, 갑자기 누가 뒤에서 스윽 나타나선

 

'잠냥님 페이스 너무 빠른거 아니에요?ㅎㅎㅎㅎ' 하시는군요

옷을 위아래 검게 입으셔서 누군가 하고 봤더니.. 그랜드 랜도너이신 Anvi님이시네요. 안비님하고는 지난번 강릉에서 처음 타봤는데.. 이분의 클래스에 취해 강릉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뭐 그정도...?  흐익  이분은 어디서 나타난거야 싶었지만

 

태연한 척 '안비님 언제오신거에영' 하고 귀여운척을 했더랬습니다 

 

안비님은 조금 늦어 후미에서 출발하셨다고 하시더니 쭉쭉 끌어주시네요. 강릉에서도 느낀 바 있지만, Anvi님의 트레인은 탑승하고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아무튼 타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어 붙어가 봅니다. (그랜드 랜도너의 위엄 같은거랄까)

 

그렇게 cp1에 갔떠니, 아니 이분은 또 언제 여기와있는건지, -_-현 님이 우리보다 먼저 cp에 와계시네요? 헣  

 

현님한테도 '현님 뭐 이렇게 빨리오셨어요? (우리도 죽을듯이 밟았는데 우리보다 먼저와있다니 ..)' 했더니만

 

역시나 광주를 빨리 벗어나시고자 무지 달려오셨나 봅니다.

 

cp를 지나 지리산까지 또 쭉 달려가는데 Anvi님과 둘이 자전거길에서  살짝 지체된 차에 블레어님 기차가 공도에 슝 지나가서 탑승해봅니다

 

근데 닉희님이 안계셔서  한참 앞에 가셨나보다 하는 찰라에 뒤에서 슥 오시더니만 이슬비가 내린 나무데크에 낙차를 하셨다 하시네요 

 

어깨가 좀 아프시고 행어가 좀 휘신 것 같다는데  다행히 주행을 이어가실만 한것 같습니다.

 

아 여기서 지리산 둘레길에 진입하기까지 약업힐이 계속 이어지고 닉희님과 안비님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 사부작 달려나가는데 닉희님이 자꾸 뒤에 살짝 처지신 아산코만도님을 콜업 하시네요  ' 대용아~~~~~~ 대용이 왜안오냐~~~~~~ 대용아~~~~~~~' 

 

그러니까 아산코만도님이 그 목소리를 들으셨는지 불음에 답 하듯 어디선가 '헥헥 죽겠다 헥헥헥' 하시면서도 나타나시기에 저도 저 산 아래로 '블레어형 어디갓나~~~~~~~' 하고 불러도 보지만

 

우리 블레어형은 부름에 답해주질 않네요 ..ㅠㅠ 너무합니다. 어디간거야 도대체 ..

 

그대로 쭉 달려와 지리산 둘레길에 진입합니다. 

산 주변으로 살짝 둘러 지나가는 코스이지만, 산이 산인만큼 550미터정도 되는 꽤 긴 업힐입니다. 

 

닉희님을 저머어어어얼리 보내드리고 안비님 꽁무니에 달랑달랑 올라가보니 어쩐지 작년보단 덜 힘든 기분이네요.

 업힐이 끝나는 지점에 가보니, 닉희님이 아산코만도님을 기다렸다 같이오신다기에 안비님과 먼저 cp2를 향해 다운힐을 시작합니다.

 

다운힐을 하다보니 저 앞에 부산브레베 자원봉사도 하면서 란도너들의 자전거 상태까지 살뜰히 챙겨주던 미캐닉 마이크가 제이슨과 함께 달려가고 있네요. 지난 부산200때 만나 인사를 나눈바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둘의 페이스가 꽤 빨랐지만 cp2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기에 뒤에 잘 붙어 cp2에 도착합니다.

 

Cp2 에 도착하니 다음 CP3인 합천까지는 좀 든든히 먹고가는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안비님과 김밥에 커피에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니 자당분들도 속속 도착하시네요. 

(그렇게 목놓아 불렀건만.. 블레어형은 인제사 CP2에 나타났습니다 ㅠㅠ.)

 

아무튼 몸이 더 식는것은 곤란하니, 안비님과 먼저 살살 출발해봅니다. 제이슨과 마이크는 이미 저~멀리 사라져 보이지도 않네요

다음 cp3인 합천에는 작년에 먹은 맛이 꽤 괜찮았던 밀면집이 있기에, 그 밀면을 생각하며 열심히 안비님 뒤를 쫓아갑니다.

 

아침에는 춥고 안개가 심해 주행이 좀 불편했는데 이쯔음되니 구름낀 하늘이 어찌나 고마운지 모르겠네요, cp2를 향해 가는길에는 작년에 추억이 여기저기 묻어있습니다. 어쩜 이렇게 기억이 생생할까요

 

작년에 로직님이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던 마트앞에서 괜히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안비님을 세워 콜라를 한캔 마시기도 하고

 

또 황매산을 넘어 

 

합천으로 향하는 다운힐에는 여봉선님과 추억이 있는 언덕위의 슈퍼와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던 위치까지. 

 

'아 작년에 여기였지..'

 

달리는 중간중간 안비께 작년에 이랬었는데 하는 추억을 나눠드리고 안비님의 브레베 추억들도 전해들으며 쭉 달려나갑니다

 

1200K, 지옥의 끝과 같다는 서울600K, SBS1000K 등등.. 안비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리스펙은 커져만 가네요.  대단한분하고 달리고 있다는 기분이 한가득 차오릅니다.

 

CP3 합천에 도착해 도장을찍고(제일중요!) 바로 안비님과 밀면 한그륵 뚝딱! 그런데 이거 밀면만 먹었더니 뭔가 허전하네요.. 밀면 다먹고 만두도 추가해 먹습니다. 다음에 혹시 가시는분 계시면 밀면과 만두를 같이 주문하셔서 시간을 세이브 하시길 !

 

 

밀면은 한그륵 먹고 또 신나게 달려가다 보니 꽤 페이스가 빠르네요, CP4 함안보 인증센터에 도착하니 마이크와 제이슨이 아직 떠나기 전이더군요. 

물보급도 하고, 젤리에 아이스크림 하나씩! 제 아이폰은 6s.. 구형이라 안비님이 모자이크 됬네요 ㅠㅠ  


제 자전거의 변속이 좀 튀는것 같아 잘생긴 미케닉 마이크에게 혹시 잠깐만 봐줄수 있냐고 물어보니

딱 보자마자 '읔 너 스램......'  당장은 괜찮은 것 같지만 브레베를 마치면 꼭 체인을 점검하라고 조언해 주네요

 

마이크와 잠시 얘기를 나눠보니, 너희 페이스가 좋으니 오늘밤에 390km 까지 가서 cp 옆에 모텔에서 쉬라고, 자기도 그럴 생각이라고 하네요. 

 

제이슨과 마이크를 먼저 보내준 뒤 우리도 여유있게 휴식을 취하고, 자 이제 부산을 향해 달려나갑니다.

 

중간에 코스파일의 오류인지 가민의 표시 문제인지.. 최신 코스파일을 내려받아 넣어왔음에도 가민의 코스안내가 고속도로 휴계소를 지나 고속도로를 뚫고 가라고 안내하는 바람에 잠시 길을 해맨 것을  제외하면  특이사항 없이 이 구간을 지나 부산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부산에 입성! 작년에도 여길 지나갔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튼 서부산 IC가 옆에 보이길래 부산 입성 기념사진 한장 찍고가기로 합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이네요. 페이스는 아주 좋습니다.. 마이크의 말처럼 390km까지 달려갈수도 있겠습니다.

 

부산에 진입해 울숙도를 향해 가는데, 이 길이 작년과는 조금 달라졌더군요(600키로 타면서 코스파일 확인도 안해보고 오냐.. ) 작년에 비해서 도심을 통과하는게 좀 많아진 것 같긴 하지만.. 길은 훨~~씬 좋아진것 같습니다.

 

작년엔 야밤에 막 공사하는 구간도 있고 루베길도 있고 해서 울숙도 진입에 꽤 애를 먹었던 것 같은데.. 날이 밝아서 그런건지 코스가 변경된건지 불확실하네요..

 

 7시 1분,  광주를 출발한지 13시간 1분만에 부산 울숙도에 도착했습니다.

 

자당의 프로 자봉러 플릭님이 나와계시네요,  모기에 아주 난리도 아닌가봅니다.  고생이 정말 많네요.. (플릭님 미얀해 내 폰은 후져서 나만빼고 다 모자이크야 ㅠㅠ)

 

코리아 랜도너스 에서 준비해주신 음료와 피자를 맛있게 얻어먹고, 쪼꼬바인지 양갱인지 도 몇개 챙겨 07시 30분,  다시 광주를 향한 나머지 300km 여정을 출발합니다. 역시 Anvi님과 함께.

 

300키로 지점인 부산에서 370키로 지점인 북면까지는 계속 이어지는 자전거길을 타고 달리게 되어있는데.. 이 구간은 정말 좋아할 수가 없는 구간입니다.

 

울숙도를 빠져나와 낙동강으로 향하는 부산 자전거길은 정말  끔직하리만치 심각합니다.

 공사도 많거니와 중간중간 차량 출입로와 겹쳐, 길의 구조나 형태도 좋지않고 그 긴길에 가로등하나 제대로 없다싶은 수준, 자판기 아니 식수대 하나없이 이어지는 긴 자전거길, 작년에 왔을때도 뭔가 알수없는 공사가 진행중이어서 한참을 해맸는데, 올해는 다리가 끊겨져있네요. 다행히 안비님께서 랜도너스 정보를 나누는 카페에서 이 다리에 대한 소식을 접하신듯 하여 일단 공도 위로 올라와 다리를 건널 궁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일단 다리를 건너 바로 다시 자전거길로 내려가보니, 왠걸 ? 자전거길을 다 뒤집어 까놨네요?;; 하여 다시 공도로 올라와 조금더 가보려고 하니 안비님의 가민이 네비게이션 기능을 하여 가민을 믿고 달려 보기로 하지만.. 점점 멀어지는 CP ㅠㅠ 결국 저와 안비님은 온 양산 시내를 두시간 가량 해멘 뒤에야  뇌이버 지도를 열어 우회로를 찾아 양산 낙동강 자전거길 인증센터를 찾아 브레베 카드에 도장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때까지 열심히 달려 당겨놓은 시간이 허망하게 다 날아가버리니 안비님과 둘이 멘탈에 상처를 입어 정말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혼자였으면 이렇게라도 계속 진행할 생각이나 했을런지 싶은 생각마져 들더군요.. 씩식거리긴 했어도 안비님과 같이 있었기에 계속 라이딩을 이어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것이

 

어쩌다보니 낙동강 자전거길에 진입은 했고.. 시간은 두시간가량 지나버려 계획했던 390km까지 갈 시간은 안되고, 그렇다면 370키로 지점 즈음이라고 알고만 온 북면으로 가야되는데, 내가 알기로는 여기서부터 한 35키로 40키로 구간 내내 진짜 편의점 하나없는 깜깜한 시골길이고.. 둘다 물은 간당간당하지 슬슬 졸음도 몰려오지.. 까먹은 시간에 틀어진 계획까지 분노는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위기의 상황에 몰린거죠.

 

아마 이때쯤 제가 너무 답답한 마음에 울숙도에 있는 플릭님한테 전화로 길 끊어진거 알앗냐고, 이길 끝까지 아무것도 없는거로 아는데 맞지않냐고, 북면은 대체 어디냐고 막 따져 물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게 왠 개 진상짓인가 싶어 미얀한 마음이 듭니다.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일수록 더 조심해야되는건데 ..   나중에 개인적으로 사과는 했지만 다시한번 미얀하다는 사과를 남겨야 할것 같습니다. ㅠㅠ..잘못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산 자전거길과 낙동강 자전거길의 코스는 차후에 어떤식으로라도 재고가 되야 되는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양산부터 북면까지의 낙동강 자전거길은 정말 불빛하나없이 자판기 아니 식수대 하나없이 깜깜한 밤이더군요, 근데 그게 끝이 아니고, 그 시컴컴한 밤에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 분들이 엄청 많더라구요. 너무 짙은 밤이라 전조등을 거의 상향등처럼 처들고 달렸기 망정이지 아마 그러지 않았더라면 처음 마주친 무리와 충돌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명 두명에서 대여섯명씩 짝을지어 걸어가시는데 처음엔 걸어서 국토종주를 하는건가 했더니, 무슨 걷기 대회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더군요

 

한참 걷는분들을 피해 조심조심 달려나가는 와중에 저와 안비님 둘다 물이 동나는 상황에 까지 몰렸습니다.  양산 시내를 해매면서 보급을 아에 해서 자전거길로 들어왔어야 했는데 까먹은 시간이 아까운 생각만 했던 건지 뒷일은 생각을 안하고 이 길을 달려온 결과였죠

 

 시간은 아마 11시쯤 되었고.. 새벽 6시부터 빡시게 달려온터.. 뒤에서 안비님께서 졸음이 심하다 하십니다. 이거 뭐 낙동강 자전거길 중간에 어디 앉아서 쉴 곳도 없네요 사탕을 하나식 나눠먹고 한참을 가서야 팔각정을 하나 발견하고 10분만 눈을 붇치기로 합니다..

 

둘다 눈을 붇치면 삑 하는사이 시간이 후루룩 몇시간 가버릴 것 만 같아 안비님이 잠깐 누우신사이 저는 가민을 충전하며 지도를 확인하고 잠시 쉬었습니다. 한 10키로만 더 가면 북면이 나오긴 할 것 같네요.

 

5분? 10분? 정도 쉬고있으니 란도너 팩이 슝 지나가네요 그 소리에 안비님께서 깨신듯하여 다시 출발하기로 했는데.. 왠걸 그때부터 졸음이 저를 덮쳐오더군요 … 여기서 또 쉬어가기는 싫은 오기와 10키로 정도면 된다는 생각에 별 쌩 쇼를 하면서 그 10키로를 달려나갔습니다. 뒤에 안비님도 피로에 페이스가 떨어져서 혹시나 졸음에 사고가날까 하는 걱정에다가 이젠 나도 졸리니까 아주 미쳐버리겠더군요 막 소리 를 질러보기도 하고 노래를 불러 보기도 하고.. 으아아아아아악  흐압 으악 흐악 흐압 호우~ 별 난리를 다 쳤네요. 그렇게 가다보니 저 멀리 요란한 모텔촌의 불빛이 보입니다.

 

힘을 짜내어 북면에 진입, 방을 대충 잡고 편의점 오뎅에 우유를 하나씩 먹고 눈을 붇치기로 하는데, 편의점 오뎅국물이 이렇게 맛있엇나 싶습니다. 도시락까지 하나 사서 국물에 밥까지 말아 싹싹 긁어먹었네요.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북면인데, 제가 잡은 방은 정말 후진 방이었네요, 자전거 넣은 다니까 침대도 아니고 온돌방에 충전기도 하나 없는.. 좀 더 좋고 저렴한 방도 분명 있었을텐데.. 뜨신물에 씻고 잠만 잘 수 있으면 된다는 마음이 너무 컸던것 같습니다.


눈을 붇친게 한시쯤이었나.. 삑하고  다섯시 반쯤 일어나 씻고 짐을 주섬주섬챙겨봅니다..

얼굴이 아주 떙땡 부었네요 .. 눈 게슴츠레 한게 아주 피곤에 쩔었습니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다음 cp인 390km지점가지 달려 나갑니다. 


북면이 375키로 지점이고 다음 CP는 391km정도니까 15키로 정도면 그냥 가서 밥을 먹을까 하고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만


언제나 ‘먹어야 살어 싹싹 다긁어먹어’ 하고 호통치던 블레어형이 생각나서.. 아침을 먹고 출발 하기로 했습니다.


다들 비슷하게 6시쯤 숙소를 나오셔서 그런지, 어제밤에 페이스와는 상관없이 많은 란도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남은거리가 쉽지 않은 거리인 만큼, 다같이 힘내서 무사히 광주에 도착했으면 하는 마음에 간밤에 잘 쉬셧냐고, 아침은 드시고 오신거냐고 이런저런 인사말을 주고 받습니다.  


열심히 달려가보니 390km지점 cp에 도착했고 마이크가 저와 안비님을 반겨주네요, 이친구는 밤새 제이슨과 같이 달리다 그친구를 보내주고 cp옆 숙소에서 자고 지금 방금 나온 모양입니다.  저와 안비님이 390km까지 올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인지 ‘너 어디서 잤어 ?’ 라고 묻기에 간밤의 사정을 간단히 설명합니다. 


저희가 마이크보다 살짝 먼저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한 10키로 주행했을까요? 몸이 너무너무 무겁습니다.. 안비님을 세워 커피 한잔 마시려고 했는데 마침 안비님께서 오랜지 쥬스를 마신다고 하시니 저도 급 쥬스가 마시고 싶네요. 둘이 오렌지 쥬스를 하나씩 마시는 사이 마이크가 또 슝 하고 저희를 지나가네요. 저런 힘이 당췌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부터 다음CP인 진주까지는 얕으마한 업힐이 몇개정도 나왔습니다. 저 멀리 업힐 끝자락이 보일때 쯔음 마이크가 다운힐을 시작하는 뒷모습을 여러차례 만나면서 진주까지 달려갔습니다.  평지에선 도무지 잡아지지가 않더군요. 이때쯤부터 날도 슬슬 더워지기 시작 했고 첫날은 안개도 짙게 끼고 해서 추웠는데 완전히 다른 날씨가 펼쳐졌습니다. 중간중간 공사로인해 길이 돌려져 있는 구간도 있고 했지만 큰 무리는 없었던 것 같네요. 


진주에 도착하니, 진주 신도시? 혁신도시? 엄청 큰 신도시 공사가 진행중이더군요, 전에 지인 결혼식차 한번 진주에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터미널도 구식 시골터미널같았고 그랬는데 여긴어딘가 싶을정도로 큰 신도시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CP에 도착하니 역시 마이크가 기다리고 있네요,

 이친구는 거의 편의점 샌드위치로 간단간단하게만 때우더군요? ‘너 그거만 계속 먹고 어떻게 그렇게 타?’ 하고 물어보지만 난 이거면 충분해 하고 웃네요 (굇..).  굉장한 실력의 미캐닉이라고 알고는 있었는데 앞으로의 이야기로 조금 수다를 나누면서 쉬다가 서로의 도전을 마무리짓기 위해 출발하자는 마이크를 먼저 보내주고 저와 안비님도 슬슬 출발해봅니다.


근데 여기서 마이크가 나가다 말고 다시 들어오더니만, 그 생라면과자 있잖습니까? 쫄따구스낵 그걸 하나 사네요? 그러더니 ‘너무 단거만 먹었더니.. 쫌 짠거 하나 먹어볼려고’ 하네요. 옆에서 사니까 저도 괜히 먹고싶어져. 약간 매콤한맛을 하나 사봅니다.


여기서 부터 다음 CP인 하동까지는 또 한 55키로 정도 되는 것 같네요. 이 구간에는 특별한 기억이 없습니다.. 길도 좋았던 것 같고.. 북천역을 지나서 꽤 업힐이라 할만 한 업힐을 하나 지났다는 기억밖에는..  뒷주머니에 까놓은 쫄뵹스낵을 와그작 와그작 먹으며 묵묵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하동CP에 오니까 CP바로 앞이 터미널이네요. 뭐 이제와서 버스타고싶다 라던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아 집에가고싶다 하는 생각은 조금 드네요.


여기서 왠지 점심을 좀 든든히 먹어야 될 타이밍인것 같아서 근처 밥집에 가서 뭘좀 잘 먹을까 하고 안비님과 잠시 고민했지만 날도 덥고.. 밥집 고르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편의점에서 때우기로 합니다. 마침 편의점 죽이 2+1이네요. 죽 하나씩 먹고, 반개씩 노나먹은뒤 황도까지 하나 먹어줍니다. 브레베식단이 소화도 잘되고 은근히 든든한데.. 가격이 ㅠㅠ 거의 밥집 들어갔다 나온 돈이 나온다는건 함정이네요. 

속속 도착하는 란도너분들도 여기서 점심을 든든히 하고 가시려는 모양입니다. 터미널 근처라 근처에 중국집도 좀 있고 먹을거리가 많아 보였거든요.


제가 가민 밥주는걸 까먹었는데 감사히도 안비님께서 가민도 밥줘야함을 알려주시네요!! 

마지막으로 가민도 밥을 챙겨줍니다. 그래 가민아 니가 살아야 내가 사는거다 쫘샤.. 


또다시 마이크를 먼저 보내주고, 여유있게 화장실도 다녀오고.. 밥먹었으니 가글도 가글가글 하고서 cp를 떠납니다.


여기서 다음CP이자 LAST CP인 곡성까지는 구례를 지나 섬진강길을 쭈욱 타고 곡성까지 가는 약 65km.  출발전 찾아 본 몇개의 광부광 후기에서 이 코스즈음 구례 국제 철인삼종경기를 목격한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었는데. 올해도 철인경기를 진행하고 있네요. 철인복장으 TT자전거들이 반환점을 열심히 돌고있는 터닝포인트를 스치듯 지나칩니다. 


철인대회를 스치듯 다리를 건너 섬진강에 진입합니다. 아.. 그런데 섬진강변 길이 이게 평지인지 약 다운힐인지 뭐 그런것 같은데 역풍이 어찌나 심하게 불던지 계속 뒤로 밀리는게 업힐을 하는것 같은 기분이더군요.. 안비님과 로테이션으로 열심히 바람을 찢고 나아가 보지만 저는 이미 체력에 한계가와서 안비님 신세를 많이 져야 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철인대회로 강변의 반대편 길을 통제 해서 그런지, 저희가 달리는 길에 차량 통행이 꽤 많더군요. 조심조심 열심히 바람을 찢으며 섬진강을 달려나갑니다. 진짜 가도가도 끝이 안나더군요 역풍까지 부니까 진짜 어찌나 힘이들던지..


섬진강을 거의 탈출할때 쯤 슈퍼가 보이네요 . 너무 덥고 지쳐 제가 아이스크림 하나씩만 먹고 가자고 안비님을 세웁니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있는데.. 슈퍼집 개가 자기도 덥다는 듯 한입주라고 꼬리를 살살 흔들고 불쌍한 표정을 한껏 지어보이네요 ..


근데 이거 아이스크림 줫다 탈날까봐 주지도 못하겠고.. (사실 나 먹을거도 모자라) 그렇다고 개한테 줄만한것도 없고… 형이 미얀하다 사람도 아이스크림먹고 탈이 나는데 이걸 널 어찌주니ㅠㅠ 하고  곡성을 향한 길을 재촉합니다.


여기서부터 곡성까지는 정말 ….. 뭐랄까 코스는 자전거길로 계속 진행하라고 되어있는데 이거 자전거길 상태가 진짜 너무 심각합니다..길이 여기저기 모래로 덮혀있는것만 문제가 아니라 수풀이 너무 심하게 우거져 아마존의 느낌이더라구요.   자전거길로 잠시 주행했으나 주행 스트레스가 너무 극심하여 바로옆 공도로 달리기로 합니다. (뭣이 중헌디..) 정말 자전거길 바로 옆에 공도가 쭉 되어있었거든요.  그렇게 한참 주행하다보니 공도와 자전거길이 갈라져  자전거길을 조금 타고 곡성으로 진입합니다. 


CP에 도착하니 역시나 마이크가 와있네요. 

너무 더워 아이스크림을 두개씩 사먹었습니다 . 이젠 탄산음료도 커피도 지겹네요 아주.  뭔가 쌍콤한게 간절한 타이밍이어서 쭈시쿨에 빵을 하나씩 먹어봅니다. 여기서 저도 샌드위치를 하나 사 먹어 봤는데.. 편의점 새우 샌드위치 응근히 든든하고 맛도 괜찮더군요? 냠냠 맛있게 먹습니다 먹어야 가니까요


자 이제 광주로 가즈아!


광부광코스는 딱 600km가 아닌 610~ 613km 정도로 되어있기 때문에 현시점 555km ? 에서 약 60키로 정도 남은 것 같네요. 저랑 안비님은 어제밤 양산에서 한 15키로를 해맨통에 가민의 총 키로수가 이미 57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광주까지는 고도표상 뾰족이가 ...

큰 뾰족이 하나 작은 뾰족이 하나 그다음 큰뾰족이 하나 마지막 작은 뾰족이 하나. 총 4개

키로수 보다는 업힐 2개 깔딱2개! 라고 카운트 하면서 달리기로 합니다.


첫 큰뾰족이를 가는데.. 이게 딱 하오고개 같은 모양새더군요…


신도로가 폭도 넓고 아주 잘 나있는데 그 옆의 1차선 아주 좁은 구도로로 올라가게끔 되어있습니다.  이 구도로 업힐을 하는데 역시 바로 옆에 신도로가 쭉 별쳐져있네요.. 딱 하오고개 같습니다. 안양에서 분당으로 하오고개를 넘으면 항상 이런느낌이거든요.


큰 뾰족이 1을 거의 올라가는데 저 멀리 마이크의 등이 내리막을 시작하는게 보이네요. 정상에 도착해 선크림을 바르고 잠깐쉬어 다운힐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와 이 다운힐을.... 업힐 한 구도로는 그럭저럭 사정이 괜찮았는데 내리막은 정말 개판오분전이네요… 왠지 '이거 코스 디자이너는 분명 저 신도로로 달렸을꺼야..' 라고 생각하면서 궁뎅이를 들고 덜덜덜덜 저속으로 다운힐을 내려옵니다.


그 뒤로 작은 뾰족이들을 몇개 더 넘습니다. 그런데.. 뭐랄까 고도표상의 그 작은뾰족이가 ‘이것’ 즉 지금 오르고있는것이 맞는지 아니면 이건 그냥 고도표에 표시되지 않은 깔딱인지 감이 안오네요. 어쨋건 이것도 깔딱인데 맞겠지? 하는 생각믿음으로 다운힐을 하고있으니까 ..


다운힐도 다 안끝났는데 저 앞에 고도표상의 그 ‘깔딱’이 떡하니 버티고 서있네요 ㅋㅋㅋ '나야나~' 라고 말이라도 하듯이 말이죠. 딱봐도 '아 쟤구나' 싶어서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렇게 업힐 숫자로 카운트 하다보니 키로수가 훅빠지더군요. 이제 다 왔다는 생각 때문인지 어쩐지 힘도 나고 해서 35 이상도 밟아지네요. 남은 힘을 짜내어 열심히 한번 끌어봅니다.


그렇게 광주에 짠 입성했고,

광주시내의 518 민주묘지 입구까지 마지막 뾰족이를 올랐습니다. 

518민주묘지를 지나  다운힐하니 이제 정말 다온 모양이네요. 가민상의 키로수는 이미 615가 넘었군요..  


남은 10여키로정도를 달려 운암MTB에 골인! 안비님과 함께 광부광의 여정을 마쳤습니다.



완주 하고보니, 

작년에 양산에서 저를 포기하게 했던 무릎이 하나도 아프지가 않습니다! 올여름 피팅을 수정하고 여러차례 테스트에 통과했다고 생각했긴 하지만 역시나 이걸 완주하니 비로소 마음이 편안하네요! 더이상 슬개골 통증은 없는거시야!


오히려 팔뚝이라던지 아킬레스건이 조금씩 쑤시긴 한데.. 우선 안장을 초큼 내리긴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600키로 타고 몸 아픈데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해..)


돌이켜보면 600키로가 넘는 길을 1펑도 없이 낙차도 없이 잘 달려온 것 같습니다. 중간에 길을 해매고 멘붕에 빠져 씩씩거리기도 했지만, 


지난번 제가 600km 브레베를 완주했을때는 무서운 블레어형이 있었기에 완주했다면 이번에는 베테랑이자 굇수이신 Anvi이 계셨기에 완주 할 수 있었다는 감사한 마음이 정말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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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베를 나갈 때 마다, 내가 이걸 왜 시작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같이 한번 달려보자'던 그 누군가의 요청? 요구? 였던 것 같습니다만, 

그럼, 왜 계속 하고있는가? 에 대한 답은 잘 떠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슈퍼랜도너 혹은 그랜드랜도너를 성취함으로써 내가 자전거를 이만큼이나 탄다! 하고, 과시 하고 싶었나? 하면 이건 아니고.

그저 장거리 자전거 라이딩이 좋아서? 라고 하기엔 너무나 힘든 도전이고.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그 사람들이 길 위에 함께 하기 때문 인 것 같습니다.

 

달리는 내내 동행하지 않더라도, 같은 길을 준비하고 또 달리고, 실패하고 또 성공하고.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그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어 간다는 것

 

그게 저에게는 랜도너스 브레베의 의미 같습니다.

 

이번 광부광 600K브레베 역시 즐거움과 힘듬과 빡침과 짜증과 또 성취감과 이틀간 정말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인 추억을 선물받았네요.


 2018년 그 여름 저의 광부광 브레베 기억에는 Anvi님이 있고, 스무분 분 가까운 자전거당 멤버가 있고, 내 짜증을 받아준 플릭님과 멋쟁이 미캐닉 마이크가 있고 .. 또 터미널에서 만난 노란 다혼의 원무님이 계시고..   또 여러 분들의 2018년 광부광의 기억속에 저도 있겠지요

 

집에 오니 어머니께서 그러시네요

'그 종이쪼가리(완주증) 탈라고 아주 xx을 하고 돌아다니는구나'

 

누가 뭐라하면 어떻겠습니까? 

 

함께한 모든 분들께 존경의 박수를 보내며 2018 코리아 랜도너스 광주-부산-광주 후기를 마칩니다.


드디어 한국 랜도너스 최대의 축제 광부광브레베의 완주자가 되었네요!

 

클리앙 자전거당 잠냥 . a k a Vincent A. Se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