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20. 7. 7. 06:16

고관절 골절수술+ 철심제거 후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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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1년이 지났다.

 

대학병원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었지만

 

입원과 수술이 불가능 한 상황은 아니었으므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비롯한 여러가지 수술 전 검사를 받고

 

수술 전날 입원했다.

 

심전도나 x-ray, 피검사 등 몇가지 수술 전에 필요한 검사들은 입원 일주일 전 미리 받았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입원 전날에 병원을 방문해 따로 마련된 선별 진료소? 에 가서 받았는데

 

물통 닦을때 쓰는 것 비슷하게 생겨먹은 끝이 뾰족한 철쑤세미를 코속으로 뽝 하고 쑤시는데 어찌나 고통스럽던지 ..ㅠㅠ

 

다리는 뭐, 작년에 이미 심을 꼽아 일년간 뼈를 굳쳐 회복을 했기에 너무나 멀쩡히 스스로 입원했다 .

 

철심의 머리가 튀어나온 부분으로는 돌아눕거나 하면 불편한 통증이 있었고, 달리기를 하거나 할 때는 여전히 불편했지만 뼈는 철심을 제거 해도 될 정도로 잘 붙었다고 했기에.

 

입원 - 수술 - 회복 - 퇴원, 총 3박 4일의 짧은 일정 이었기에 짐도 딱히 챙길 것 도 없었다.

 

핸드폰 충전케이블, 세면도구, 슬리퍼, 머리띠, 텀블러, 간식 몇 가지, 옷? 은 입고간거 그대로 갈아 입고 퇴원하면 되고.. 

 

아 물티슈! 물티슈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 병원생활 특히 화장실을 제맛대로 들락날락 하기 힘들때  물티슈가 매우 요긴하다.

 

그리고 작년 수술때 구입한 목발을 같이 가져갔는데 이걸 안 가져 갔었으면 또 사야 했을 터.

 

입원 수속을 마치고 배정된 침대에 옷을 갈아입고 앉아 있으니

 

며칠간 신세질 병동 간호사 분들과 주치의 선생님이 와서 수술에 대한 이야기와 병동 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 확인을 받으러 분주히 다녀갔다.

 

아니 근데,

 

내가 수술을 너무 쉽게 생각 했던 건지.. 주치의 선생님과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간혹 철심을 빼다가 골절이 다시 발생할 수 도 있다는둥..

 

철심이 너무 고착되어 제거 시 골절을 유발할 것 같으면  제거하지 않고 수술방을 나온다던지..

 

수술중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아주 간혹 발생하는 불상사 등등..

 

그 뭐랄까 거~~~~의 없는 일이지만 어쨋거나 한번이라도 발생하기도 하는 불상사들에 대한 의무적인 고지? 그런 얘기를 쭉 듣는데

 

갑자기 마음속에 불안이 피어오를는건 또 뭐였을까? '별 탈이야 있겠어?'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괜시리 긴장이 되서는 수술 전날 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아 그리고, 지난 수술때 비싼돈을 주고 신청했던 무통주사의 부작용으로 극심한 구토감에 시달려야 했기에 이번엔 빼달라고 해봤다.

(사실 병원 사람들이 빼는 수술을 좀 쉽게 얘기하길래...)

 

거 수술 후에 못 견디겠으면 그때 놔 달라고 해도 될 것 같았으므로.

 

수술날 아침이 밝았고 8시 첫타임 수술인가 그랬기에

 

이른 새벽부터 간호사 선생님들이 팔에 주사라인을 잡고 이런저런 확인을 하러 다녀갔고 마침내 나를 수술방으로 대려갈

 

좁은 철제 의자가 들어왔다 -_-a 

 

잠을 잘 못 잔 이유도 있겠지만, 왜 그렇게 긴장이 되던지 ..

 

수술방에 옮겨져서 이름부터 뭐 수술에 대한 여러가지를 두세번 더 체크를 하고서야, 녹색에 동그란 수술등이 달린 방으로 옮겨졌고

 

마취과 선생님이 척추마취? 하반신 마취를 하려고 한다고 하길래, 

 

좀 겁이나고.. 이상하게 긴장이 많이된다고 ..사실대로 이야기 하니까

 

환자분 긴장 많이되시냐 며 그럼 전신마취로 하시는게 나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겠냐 되묻기에 그렇게 해 달라고 했다.

 

눈을 감고 다시 떳을 땐 수술이 끝나있었고

 

수술방 옆의 회복실에 잠시 버티다가 (역시나 추위에 떨어야 했다..) x-ray를 한번 찍고는 병실로 돌려 보내줬다.

 

 

이번에 수술로 배운(?)것이,

 

전신마취 라는게 아무래도 환자 몸에 부담이 크긴 한 모양이다

 

영화나 드라마같은 매체는 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너무 생략하는 경향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두번의 수술 모두, 눈을 뜨고 한시간이 무척이나 괴로웠다.

 

그렇다고 전신마취 없이 수술을 받을 수 없으니 별 달리 방도가 없지만, 병동에 돌아와 한 시간 동안은 엄청난 갈증+ 호흡기 통증을 버텨내야되는데

 

아.. 진짜 그 한시간을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고나 할까..

 

그리고 수술중에 쓰는 약물 때문인지  깨어나고 한시간은 진통제도 주지 않고 버티는것 같은 느낌 ㅠㅠ?

 

아무튼 수술을 마치고 돌아오니 엄마가 오셨길래 역시나 뻑까리 스웨트 1리터짜리를 부탁해서

 

한 시간이 땡 하는 순간 그냥 바로 한큐에 비워버리기를 시전!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자 간호사 누나가 와서 진통제도 달아줬다.

 

문제는 

 

그 작년에 내가 마구 눌러댔던 30만원짜리 마약성 무통주사가 아닌, 일반의약품인 진통제를 달아준 것 같았는데

 

작은 병에 담긴 진통제가 들어가자 수술한 다리의 돌덩이같은 통증은 사라졌으나, 당장 토해버릴것 같은 구토감에 어지러움이 몰려왔고

 

간호사누나를 긴급히 호출했더니 구토감을 줄여주는 약을 달아주면서 숨을 코로쉬라고 재촉하는것이 아닌가?

 

근데 이게 신기한 것이  차분히 숨을 코로만 쉬려고 노력하니까 구토감이 자연스래 스르륵? 아주 빠른 시간내에 사라졌다는거.

 

 

첫날은.. 통증이 꽤 있었다. 아무래도 엉덩이살과 허벅지를 부분 절제 하고 철심을 뽑아내는 수술이여서

 

절제 부위가 넓었기 때문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뼈가 쑤시고 아픈 것 보단 째고 들어간 살이 아픈 느낌이랄까?

 

 

첫날을 어떻게든 버티고 나니 두쨰날이 밝았고

 

다음날 아침 수술한 교수님의 회진에서야 수술이 깔끔하게 잘 되었으니 하루정도 회복 하고 내일 쯤 봐서 퇴원 하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람 심리가 일단 전문가가 와서 괜찮다 잘됬다고 하니 마음도 놓이고  여유도 좀 생겨졌다.

 

그 뭐랄까, 사실 이 수술을 하기 전에

 

이런 말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주치의 선생님이나, 담당하신 교수님이나 심을 빼는 수술은 뭐 큰 수술도 아니고 금방 바로 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고 해서 

 

회복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었는데,

 

막상 수술을 받아보니

 

바로 걸어다니기는 무슨 어떻게 걸어다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날은 그냥 침대에 누워있었고

 

두쨋날이 되서야 병원에 있는  밀고 다닐 수 있게 바퀴가 달린 옷걸이 같이 생긴걸 붇들고 슬슬 미끌어지듯 화장실에 갈 수 있었는데

 

이게 궁댕이 살을 깊게 찢어서 그런가.. 고관절 수술 직후엔 직립보행에 엄청난 제한이 걸림이 팩트다 .

 

이때까지만 해도 '뭐? 바로 걸어다니고 생활로 복귀한다고? 나만 이상한거야? 나원 -.- ' 하고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의사 선생님들 기준에서 철심을 빼는 수술은, 고관절 골절 환자의 치료 전체 스케줄에서는 환자가 골절로 부터 완치되는 최종장 의 느낌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하게 얘기를 하는게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수술 당일은 침대에서 버티기 바빴음

 

두쨋날은 밀고다니는 기구를 슬슬 밀고 화장실에 왔다 갔다 함, 저녁이 되서는 목발로 바꿔서 해보니 힘들긴 해도 거동이 가능은 해짐.

 

그리고 셋째날 ,

 

아침 회진 에서 어떠냐고 묻기에, 아직 통증이 좀 있는데.. 그래도 화장실 정도는 혼자서 걸어다닌다 하니까

 

쉬시다 퇴원하시고 2주 후에 외래오면 이제 졸업이시라고, 고생 많이하셨다고 하시는 교수님.

 

그때 나는, 목발을 짚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해도 궁둥이 통증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정말 퇴원 해도 되나 되물었는데

 

급할것 없이 하루 정도 더 회복하시고 퇴원해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으나

 

'아.. 병원에서 더 해줄게 없구나..' 싶어서

 

퇴원해버렸다 

 

 

두 주치 약을 받아서 퇴원했고, 퇴원 후 일주일은 목발을 짚고 돌아 다닐 수 는 있었을 뿐이지

 

다리를 드는 일이 매우 힘들어 거의 집에서 쉬면서 보낸 것 같다. 이거 뭐 양말도 혼자 못 신었으니.. 꽤나 고통스러웠는데

 

그래도 두 주 후에 외래를 오기 까지, 근처 병원 아무데나 가서 수술부위 드레싱을 받으라고 해서 일주일에 두세번 드레싱 받으러 집 앞 병원에 다녀와야 했다.

 

집 앞 가정의학과(소아과 내과 이비인후과 뭐 다하는 동내병원)에서 드레싱을 받으니 친절히 의사선생님이 직접 해주셨는데,

 

자세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같은 드레싱인데 갈때마다 가격이 달라져서 좀 이상했....

 

 

아무튼,

 

 

그래도 목발을 짚으면 슬슬 걸어댕길 수 있으니

 

커피를 사러 나가기도 해보고, 살짝 바람쐬러 나가기도 해보고 했는데

 

수술 후 두 주가 지날때 까지는 수술부위인 엉덩이부터 한참 아래인  오금까지 통증이 있었으며 

 (왜 오금이 아플까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긴 하다)

 

좀 많이 걸어 다녔다 싶은 날은 종아리까지 땡땡하게 부어서 '정말 괜찮은걸까..?' 싶기도 했다.

 

다리를 들어 올리는 액션에 엄청 제한이 생기는걸 보아하니, 역시 직립보행은 궁댕이 파워구나 싶기도 하고....

 

두 주 후에 외래를 가서  스테이플러를 싹 제거 하고 몇 가지 주의사항을 들은 후  짧은 인사를 끝으로

 

고관절 골절로 인한 병원행은 졸업판정을 받았다.

 

퇴원 후 일주일 정도는 목발에 도움을 받았으며,  두 주 지났을 쯤 부터는 걸어 다니기엔 문제가 없어졌는데 역시나 좀 많이 걸은날은

 

다리가 붓고 욱신욱신한 통증이 있곤 했었다

 

한달이 지났을 때 쯤 부터 슬슬 브롬톤을 타고  돌아다니는게 가능했고

 

거기서 보름이 더 지났을 무렵?  45일 정도가 되었을 때, 로드를 타는데 불편함이 거의 없어졌지만,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거나, 계속 왔다 갔다 움직여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최소 입원날 부터 보름정도는 어떻게든 휴가를 받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수술 후 50일 정도가 지난 지금, 

 

완전히 수술 전과 같이  회복이 된 것은 아니지만, 자덕은 자전거만 탈 수 있으면 오케이 아닌가? (미친놈)

 

불운한 사고였지만  그만한 부상이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힘든 시간을 거쳐 마침내 졸업을 하게 된 만큼

 

앞으론 내 몸을 좀 더 아껴주자는 마음으로  긴 후기에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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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정도 쉴 수 있는 여유가 있었음과 전문의로 계신 지인이 계셔서 불안하거나 할 때  상태에 대해 물어보기도 할 수 있었기에 정말 감사하고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아플땐 치료받고 회복할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마음속 깊이 생각하며,

 

잠시 장애인이 됨으로써 장애인 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었고,

 

1부에도 적었지만,  제가 처음 고관절 골절 판정을 받고 입원했을 때, 불안한 마음과 궁금한 마음에 비슷한 골절 후기를 찾았음에도

 

국내에 젊은 환자들의 고관절 수술 후기는 찾기가 힘들어 구글의 바다를 지나서야 외국 사례를 조금 찾아 볼 수 있었기에

 

후기를 남겨, 수술 과정과 재활 과정에서 누군가의 궁굼증을 해소해 줄 수 도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에 이 긴 후기를 남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