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CLE+SWIM 2018. 9. 15. 16:13

2016 대구 600k 브레베 후기.

클리앙 자전거당에 작성한 후기를 백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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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구600k 브레베에 다녀왔습니다..


도대체 뭐라.. 정리하기 힘들만큼 긴 여정이었기에 후기를 몇번이나 썻다 지웠따 썻다 지웟다 반복한것 같네요


블레어님과 같은 필력은 저에게 있을리 만무하므로.. 제 나름의 유머러스함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기억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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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600키로를 가자고?


아무것도 모르는자의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했던 지리산200을 다녀와, 플래시에서 눈물의 DNF 그리고 울분을 토해내듯 달려낸 서울300...


그리고.. 무모한 도전이라 생각했던 서울400까지..


그 여정에는 팀불나방 도 있었지만 스마일맨이라는 기묘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 남자를 꼬셔서 지리산200에 끌고갔떤게 제 죄라면 죄일까요?


그는 언젠가부터 저에게 '600고, 슈랜 ㄱㄱ' 를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얘기했죠


'이양반아 그게 어디 쉬운 거리 인 줄 알고... 진지하게 엄청난 도전이라고.. 300도 뒤지는줄알았어!'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아 뭘 잘타면서 ㅋㅋ 할수있땅께 걍하면되 슈퍼 랜도너 해야지? '


그렇게 저는 대구600km 브레베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1. 출발지로 ...


토요일 근무를 해야하는 저로써는 600과 400을 연달아 출전하려니 2주 연속 결근을 매우기란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


평일에 그 일들을 최대한 해내야 했죠.. 결국 저는 브레베 출발 전날인 금요일 밤 늦게까지 일을 해야만 토요일 일정을 비우고 대구에서의 라이딩을 할 수 있었고


안양에서 8시 퇴근, 9시에 자전거와 짐 수령, 10시 고속터미널 도착, 밤 11시 대구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다행히 우등버스의 1인석에 자리를 얻어 눈을 붇쳤지만 ..긴장때문인지 영 잠이 오지 않더군요..


결국 버스는 2시가 넘어서 서대구에 도착했고 저는 숙소를향한 한시간의 라이딩끝에 새벽3시 숙소에 도착합니다


도착 하자마자 눈을 붇친다고 붇쳤으나.. 잠깐 '앗' 한사이에 4시가 되었고 새벽 부터 출발을 준비하는 움직임에


더이상 눈을 붇칠수가 없기에.. 간단히 세면을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준비에 돌입합니다.


블레어님과 스마일맨님이 일어나시고 함께 간단한 식사를 마친뒤 서로의 준비상태를 점검하고 함께 출발지로 이동합니다.


출발지에 도착해보니, 대구 로컬이신 마실님과 서울에서부터 지원을 나오신 라이천령님 그리고 란도너 운영위원분들..


여러 분들과 우리의 여정을 축하하는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긴장된 마음을 정돈하며 출발을 기다렸고


비로소 얀회장님의 출발선언과 함께 우리의 여정이 시작됬습니다.



2. 출발 그리고 cp1


그 어떤것도 ‘시작’ 혹은 ‘출발’ 신호는 참으로 사람을 설레이게 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렸을적 키가 매우작았떤 저는 시험을 치를때면 제일앞줄에서 시험지를 받아 뒤로 넘겨주곤 했었는데..


그때도 제일 먼저 그 시험지를 받아 들었을 때 는 그 어떤 시험에대한 두려움보다 ‘시작됬다’ 라는 설레임에 두근거리곤 했떤 것 같습니다.


연애도, 무대위에서의 공연도 ‘시작’에는 아찔하리 만치 설레이는 두근거림이 피어오르기 마련이죠.


그래서 앞으로 튀어 나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으잣! 한번 달려 가보자!' 하면서 말이죠


헌데, 5키로나 달렸을까요...


왼쪽 무릎을 중심으로 외측면에 길다랗게 통증이 ...전해오기 시작하더군요......


‘이거 장경인대....같은데 왜...?’


얼마 달리지도 않았고 ..속도를 낸것도 아닌데 심상치 않은 통증이 나타나니 너무나 당황스럽더군요,


통증의 느낌이 지난 플래시때 빈스님께서 호소하신 그것과 너무나 흡사해


‘이거,, 장경인댄데 ..아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시큼 시큼 한 통증이 옵니다.. 하지만 이왕 출발한거 ..DNF 할 때 하더라도 갈때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페달을 밟아봅니다.


100명이 채 안되는 출발 인원이었기에 크게는 길게 같은 팩이었지만 앞서나가는 란도너들에 붙어 달려나가봅니다. 기분 좋은 상쾌한 아침 날씨, 강변을 따라 나있는 자전거길을 달리는 란도너스의 무리는 긴 여정의 시작으로 너무나 환상적인 기운을 전달해줍니다.


얼마쯤 달렸을가요, 앞에 분들이 가민이 알려주는 코스와 다른길로 진입합니다. 뭔가 이상한데? 앞에분들과 의견교환을 시도하자 맨앞에 로컬로 보여지는 분들의 이야기는 ‘이길로 가도 만난다’ 라는거였고 그대로 따라가 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이내 그분들 내에서도 ‘이거 아닌것같다 너무 돌아가잖아’ 라며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고 .. 이때 마침 체인이 툭 빠지면서 이분들과도 헤어지게 됩니다.


이분들과 헤어지고나니 아무생각이 안들더군요 결국 저는 온길을 돌아 코스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코스로 돌아와서 보니 거의 대열의 맨 꼴지가 된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달려도 란도너들은 보이지 않았고 한참을 달린 뒤에아 한두분의 란도너를 만날 수 있었으며 CP1에 도착했을 때 이미 블레어님과 스마일맨님을 포함한 여러 란도너분들은 보급을 마친 상태더군요.


블레어님과 스마일맨님을 붙잡을 수는 없고 먼저 보내 드리면서 이내 따라가겠노라 말씀드려봅니다.


하지만 이때 이미 제 왼쪽무릎은.. 댄싱을 칠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토크를 줄 수도 없었고요 .. 제 라이딩에 온니케이던스, 댄싱불가 라는 두가지 락이 걸리게 됩니다.


급히 cp에서 파스를 구입해 넓직넓직하게 왼쪽 무릎의 위아래를 감싸 붇칩니다.. 가고싶습니다 최대한 갈수있는데 까지 말이죠..


그렇게 보급을 마친뒤cp1을 박차고나가 다음 cp를 향한 여정을 이어갑니다.



3. cp1 -> cp2 뙤양볕과 목마름과 보급과 란도너.


얼마를 갔을까요?


함참을 가다보니 저 앞에 블레어님과 스마일맨님이 뭔가를 정비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펑크일까 싶어 가까이 가보니 블레어님의 새들백을 고정하고 계시더군요 함께 휴식을 취하고 비로소 셋이서 함께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달리기 시작했고 시골의 버스정류장을 겸하는 슈퍼에서 우리는 멈춰섰을 때 35.9도를 넘는 폭염이 우리를 덥쳐왔고 ‘이건 너무하다’ 라며 많은 란도너들이 우리와 함께 멈춰서 물과 화장실을 찾았으며 이때 블레어님의 아이디어로 꽝꽝얼린 얼음물을 있는대로 구입하여 등에 꼽고 라이딩을 재개하기로 합니다.


cp2인 영덕까지 가는 길에서 우리는 37도에 다달으는 폭염에 시달려야했습니다.. 가는 도중 업힐의 가운데에 자전거를 세우고서 지나가는 우리를 향해 ‘무.. 물좀 있으면 나눠주세요’ 하는 지친 란도너와 마주했고 다행히 등에있는 물을 하나 나눠 그 분을 구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 타는 목마름 ..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이 뙤양볕에 다음 보급 어디있을지 알수도없고, CP는 아직도 거리가 꽤있는데 물이 동났다 라...


지난주 서울400에서 탄천물을 핥아먹을뻔 했떤 저의 처지와 어디선가 나타나서 물을 나눠준 란도너들이 떠올라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등뒤에 물을 내어 줬던 것 같습니다.


그럼 잠냥 당신은...?


저는 아직 물통에 물이 남아있었기도 했거니와, 이런 일을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 얼음물을 ‘두 개!!!!’ 등에 꼽고오신 블레어님이 계셨기에.. 무사히 라이딩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경험과 한순간의 판단이 여러사람을 구제하는 순간이었다 랄까..


무튼 그렇게 저희는 서로를 도우며 영덕까지 진행합니다.


4. cp2 -> cp4


cp2 영덕에서 cp3 울진을지나 cp4삼척까지는 쭉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게됩니다.

영덕에 도착했을 때 스마일맨님의 자전거에 문제가 심각하다는걸 발견합니다. 수리가 없이는 더 이상 라이딩이 힘든 지경에 이르렀기에.. 가까운 샵을 검색해 수리를 하기로 하고 저랑 블레어님은 먼저 달려 나가기로 결정합니다.


과연 잘 수리하고 뒤이어 달려올 수 있을런지.... 블레어님과 걱정을 나누며 달려나가고 있을 때 이게 웬걸, 왠 꽃밭에 자전거 세워놓고 신발도 양짝 다 벗어서 레버에 걸고 신이난 채로 사진을 보내오지 뭡니까?(....왠 꽃놀이 나셨어..)

[img][/img]


이때 우리는 걱정은 접고 우리 갈길을 가기로 합니다..


1200k의 코스 역시 이 동해안가를 달리기에, 600k 출발전 이 길을 달려보신 그랜드란도너 분들의 조언을 구했을 때,


‘해안가의 낙타등이 만만치 않을거다.. 보급도 만만치가 않고.. 날더운데 해산물 먹지말고, 소금바람에 덤벼들지 말고..’


이런 말씀들을 해주셨기에 조금 걱정은 하고 왔지만 해안가의 낙타등이 이정도로 업다운이 꾸준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주욱이어진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 를 달려 나갈 줄 만 알았지 .. 동해안에 그렇게 해안절벽이 많을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몇 개쯤 낙타등을 넘었을까요, 우리는 해안가 언덕위의 팔각정에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휴식하기로 했고 선크림을 바르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옆에는 소풍나온 가족의 삼겹살 파티가... 참 뭐랄가 마음이 ..


무튼 우리는 다시 라이딩을 재개했고 슬슬 밥을 먹어야 했는데 중간중간 편의점에는 이미 지나간 란도너분들의 흔적이랄까? 김밥이 하나도 남김없이 동 나 있었고 우리는 해산물 말고 밥집 아무데나 장사하는데 있으면 들어가기로 합니다.


어쩜 그렇게 횟집 일색일까요? 아무리 해안가라곤 하지만 음식점이라고는 전부 횟집이거나 대게 라던지.. 하는 해산물만 취급하고 있더군요


백반집 한두집을 들어갔으나 장사를 안하고 있었고 이내 우리는 중국집 하나를 발견하여 말 그대로 자전거를 던져놓고 처들어가 볶음밥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CP3 울진에 도착했고 여기서 다음CP인 삼척까지는 약 7~80키로. 여기서 우리는 밥을 먹고 갈지 아니면 편의점에서 가능한 해결하고 삼척까만 어떻게든 가 볼지를 가지고 쉬고있던 많은 란도너들과 한참의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빵과 김밥을 대충 먹고 삼척까지 가기로 했던 것 같습니다. 기억이 ...


해안가를 벗어나 내륙으로 진입해 삼척까지 가는길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도대체 강원도라는 지역은 어떻게 된건지 가면 갈수록 우리를 첩첩산중속으로 인도하더군요. 자꾸만 산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해는 떨어졌고 한낮의 뙤양볕이 수그러들면서 쌀쌀한 밤기운이 돌기 시작했을때쯤 가정식 백반집에 들어가 끼니를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밥때가 된것도 있었거니와 지금 먹어놔야 떨어지는 기온을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았고 삼척까지는 아직도 거리가 꽤 남았거든요.


백반집 이모님께서는 장사를 마무리 한 시점이셨기에 밥이 모자랄거라며 라면까지 한사발씩 두 개 끓여 내어주셨고 몸이 지칠대로 지쳐 밥맛이 떨어졌기에..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


‘밥맛이 없어요 아 저는.. 못먹겠..’


‘이거 닭도 먹고 샐러드도 먹고 밥도먹고 라면도 먹어요 먹어! 다먹어!’


그 불호령에 최대한 밀어넣었고 그렇게 한끼를 해결하고 또 다시 삼척까지의 여정을 이어갑니다. 밥짐을 나서는데 라이트를 키고 야간라이딩을 시작한 란도너분들이 지나가시더군요.


화이팅!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둠을 뚫고 한참을 내륙으로 들어가서야 삼척CP가 있는 시내로 진입할 수 있었고 여기가 맞는건가 싶을정도로 조용한 주유소 내의 편의점CP에 도착하게 됬습니다.


CP4임을 확인하고, 브레베카드에 체크를 받고 보급을 하는 사이 몇몇 란도너분들이 도착했으며, 도착한 몇몇 란도너분들께서 도계까지는 무조건 가기로 계획했음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바닥나 삼척에서 휴식을 취하겠노라 하십니다.


저와 블레어님도 무조건 도계까지는 가는걸로 계획이 되어있었지만 애초의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날씨와 코스의 난이도에 체력을 너무 많이 빼앗겨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가자고, 블레어님 도계까지 가자고..


여기 딱 300키로 턴어라운드 장손데 여기서 쉬면 나 남은 300키로를 달리기 힘들것같다고.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제부터는 온전히 멘탈과의 싸움이라고 받아들인 상태였기에


가능하면 쪽잠이라도 자고 나왔을 때 전날 달린거리보다 적은 키로수가 남아있어야만 멘탈이 버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깐 쉬고 나왔는데 어제 하루종일 달려온 거리와 같은 키로수, 300키로를 똑같이 내 달려 가야 한다는 현실에 직면하면 ..


그건 마치 군에 입대하여 그 해를 채우고 처음 해가 바뀌었을 때, 그 한해 온전히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군대안에 있어야 한다는 팩트에 직면한 그 순간과 같은 멘탈붕괴에 빠져들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블레어님을 설득했고 제 고집을 받아주신 블레어님과 도계로 달려나갑니다. 이때가 아마 밤 11시 즈음 이던가 11시 30분 즈음 이던가.. 아무튼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이었습니다.


도계는 삼척에서약 30키로거리. 태백산맥 중턱에 자리한 산동네인데 .. 이때 이미 완전한 야간라이딩에 돌입한 상태였는데


도계로 들어가는 길이 곧 태백산맥으로 들어가는 길이라는걸 알고야 있었지만, 이렇게 무서운 길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상태였습니다.


길은 우리를 자꾸 시컴컴한 첩첩산중으로 안내하는데, 가로등은 있는둥 마는둥, 그 밤에 어딜가는지 승용차들은 그 산속을 뚫고 질주를 하더군요, 나중에 블레어님께 들어보니 강원랜드를 오가는 사람들이라고 하셔서 그때 알았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을 태운 차들은 칠흙같은 어둠속에 산속으로 들어가는 자전거를 향해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를 질러댔고 아슬아슬한 주행을 이어갔습니다.


아무리 가도 도시의 불빛이 보이지 않고 체력은 리미트에 다달한 상태였기에 마음속에 두려움이 살금살금 피어오르고 있는 찰라에


블레어님께서 급히 정차를 하자 하시네요


갑자기 몸상태가 매우 안좋으시다며.. 봉크기가 있다 하십니다


저는 이때 살금살금 피어오르던 두려움에 완전히 사로잡혀버렸습니다


‘여기서 이 여정이 끝날 수도 있겠구나. 나 때문에...’


정말 두려웠습니다 여기서 내 고집 때문에 이 야밤에 이 산중에서 이 여정이 끝날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어찌할 줄을 모르겠더군요


내가 가진거라곤 양갱몇개와 파워젤 그리고 초코바 한두개..


마음이 급하니까 가진걸 다 권해보긴 합니다만...


블레어님께서 하시는 말씀 ‘지금 상황이 많이 안좋은데... ’


저는 여기서 라이딩을 끝내야겠다 라고 선언하실까 어찌나 두려웠나 모릅니다.


할말은 없고 걱정은 되고 하니 일단 도계까지 어떻게든 가 보자고 얼마 남지않은 것 같은데.. 라며 알지도 못하면서 거짓말 같은 이상한말을 일단 뱉어봅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신 블레어님께서 '갑시다! ' 라고 받아주셨고,


저는 작은 안도감을 얻어 최대한 블레어님을 끌고 어둠속을 질주해 나갑니다. 도계에 도착하기전에 다시한번 우리가 정차한다면 여기서 끝이다 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얼마나 앞만 보고 달려 나갔을까.. 도시의 불빛이 우리를 반기더군요


‘블레어님 저기 모텔!!!’ 하고 소리쳤을 때 너무너무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모텔에 가니 이미 도착하신 란도너분들이 방을잡고 휴식을 취하고계셨고 조언에 따라 조금은 합리적인 가격의 모텔에 방을 잡을 수 있었고 들어가자 마자 장비를 다 벗어재낀채로 바로 씻고 쪽잠이라도 청하기로 합니다.

제가 먼저 후딱 씻고 나와 블레어님께서 씻으러 들어가신 사이, 가민과 휴대폰을 충전하고 자전거를 확인하는데 뭔가 이상해 욕실을 들여다보니


블레어님께서 탕에 물을 받아놓은채로 잠에 들어 계시지 뭡니까??


이거 저렇게 탕속에서 주무시면 큰일날 것 같은 생각에 블레어님을 불러 깨우기를 두어차례


눈을 뜨신걸 확인하고 ..03:20분에 맞춰둔 알람을 확인하고 엇! 한 순간


블레어님께서 저를 깨우시더군요


‘잠냥님 인나요’



2부에서 계속.. (너무기네요 죄송합니다)


2부=>

대구 600k 를 다녀와 뒤늦게 후기를 적었네요


너무 길어져 재미는 없겠지만 서도


1부를 작성한 만큼 마무리까지 남겨보려 합니다.


후기가 너무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1부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cm_bike&wr_id=744708&sca=%5B%ED%9B%84%EA%B8%B0%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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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P4-> CP5 안동


어 벌써.......? 두시간은 1초만에 지나갔다랄까..


블레어님은 다행히 탕에서 나와 침대에서 주무셨나보다 하는 안도감과 출발전 잠을 한시간밖에 자지 못한 피로에 .. 너무나 졸려 ‘다 포기하고싶다’ 는 생각..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쳤지만


어쨌든 가야지 하는 생각에 일어나서 빕 을 입고 주섬주섬 장비를 챙겨 다시 출발하기 결정합니다...


땀에 쩔은 빕과 져지는 어딘가 축축하더군요 일단 입은채로 헤어드라이기를 틀어 몸을 대펴봅니다.. 아아 졸립고 춥고.. 따뜻한 이불속으로 폭 들어가 버리고 만 싶습니다..


‘갑시다’


블레어님의 말씀에 짐을 다시한번 체크한뒤 자전거를 끌고 모텔방에서 나옵니다.


일단 먹어야 갈 수 있습니다, 모텔에서 나와 바로앞 편의점에서 간단히 빵 라면 김밥..으로 보급을 합니다.


너무졸립니다.. 정말 너무너무 졸립더군요...


금요일날 잠을 제대로 잤어야되는데.. 후회가 엄청나게 몰려왔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마셔도 잠이 달아나질 않아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슬슬 걷어지는 어둠을 뚫고, 태백산맥을 정면으로 받아버리는 길을 따라 다시 페달을 밟아 나아갑니다.


앞에는 이번 브레베 최 ‘고’점 청옥산이 기다리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앞에 큰 언덕인지 산인지 가 하나 있고, 그 다음에 잠깐 다운힐 한다음 다시 나오는게 넛재(900m) 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나타난 긴 언덕에 ‘아 이게 넛재군?’ 하고 넘었지만.... 다운힐 후 무거운 페달을 굴리고 또 굴려 앞으로 나아가다보니 탄광이 있던 도시를 지나, 무슨 영화 촬영지도 지나갔는데 .....


아무튼 이때까지 넛재를 넘은 줄 알았고 한참 뒤에 진짜 넛재가 나타났을때 그 높이 890여 미터에 질려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경사도 자체는 그리 빡쌔진 않았지만.. 댄싱을 칠 수 없는 무릎으로 그 긴 업힐을 넘다보니 정말 엉덩이가 질려버리는...


아무튼


넛재를 지나 태백산맥을 뚫고 다운힐과 평지가 주욱 이어지고 기나긴 다운힐속에 우리는 중간중간 정차해 휴식을 취하기로 합니다. 첩첩산중 태백산맥을 뒤로한 채 말이죠.


그렇게 태백산맥을 뒤로 쭈욱 내달리다보니 드디어

‘충청북도’를 알리는 표지가 나타났습니다,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첩첩산중을 탈출하는구나 하는 안도감에 강원도 ‘끝났다 !!!’ 하고 소리도 한번 질러봅니다. 정말 지긋지긋 합니다 내 이번시즌 다시 강원도 이 산골에 자전거를 끌고 진입하면 사람이 아님을,,,


그렇게 충청북도 에 진입해서 였을까요 분명히 강원도가 끝났는데 왜 업힐과 다운힐이 끝이 나질 않는거죠?


이쯤에서 두분의 란도너를 흡수하여 블레어님과 저를 포함해 넷이서 달려나아가길 시작합니다.


다음 CP는 안동.. 우리는 안동까지 나아갑니다


안동으로 나아가는 길은 정말 코스를 만든이가 누군가, 이 코스는 정말 너무하다.. 라고 서로를 위로하며

그렇게 우리는 가파른 오르막들을 오르락 내리락 안동을 향해 달려갔고 중간중간 마트가 보이는대로 정차하여 휴식을 취하곤 했떤 것 같습니다


몇 번째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블레어님의 후기속의 저와 블레어님이 빵을 입에 물고있는 그 보급처....


거기서 우리는 바나나와 빵 음료등 열심히 보급을 하고 출발했습니다 만, 달리다보니 함께 우리와 함께 달리던 라이더분께서 놀란목소리로


‘아니 물병 어딨어요 물병없네?’


‘네? 무슨말씀? 으잉?????????????????????????’


그렇습니다 저는 전 보급처에 물통을 두고 온거였습니다 ㅠㅠ


물통 큰거 달랑 하나 가지고와서는 그걸 보급처에 두고왔더군요 ....


하지만 너무 많이와버렸기에 다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왜냐구요? 보급을 하고 물통을 나둔채로 꽤나 긴 내리막을 지나 평지를 달리고 있었거든요 ㅠㅠ..


다행히 그분께서 자신의 물통을 한 개 빌려주셨지만 물은 없는 빈 물통.. 그거라도 어딥니까 너무나 감사하게 일단 받아서 끼워둡니다. 완주를 위해


하지만 물 없이 다음 보급처까지는 절대 네버 갈수가 없죠?


그때부터 블레어님 물을 뺏어먹으면서 버티기 시작합니다


‘뭐 물통을 두고와 ???? 아이고 당신이나 스마일맨이나 대~단한 인간들이야!’


누차 말씀드리지만 블레어님께서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습니다 .. 정신적으로나 워터적으로나... .. 사랑합니다 캡틴불나방 ㅠㅠ..


그렇게 우리는 다음 보급처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작은 물통하나로 잘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엄청나게 들더군요


일단 물을 만땅으로 마시고 만땅으로 채워야됩니다. 슈퍼에 들어가 보급할 물과 당분보급을위한 포도쥬스 그리고 빵같은걸 샀던 것 같은데


아니 글쎄


슈퍼에 왠 스포츠 물통이 랩에 싸여진채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지 않겠습니까?


저것은 무엇인가 하늘에서 나를 구원하시는구나 아이고 하느님 소리가 절로나오더군요


하얀색 뽀카리스웨트 물병, 크기도 큼지막하고 완전히 새것.


저는 바로 마트 주인분께 저 이거 저한테좀 파시면 안되겠냐 묻자


그냥 가져가시라며 내어주시면서 몇 개 더 필요하면 준다고 까지 하십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아마 몇만원을 불렀어도 저는 샀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전거 용도는 아니어서 덜그럭 덜그럭 했찌만 그게 무슨 중요랍니까? 일단 살고 봐야지요


떨어지면 주워서 다시 끼우고 타면되고 말이죠. 일단 그렇게 덜그럭 덜그럭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다시 안동을 향해 힘차게 출발 했습니다.


이때 쯤이었을까.. 해는 중천에 떴고 어제 우리를 힘들게 했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폭염이 시작됬습니다.. 정말이지 모든걸 녹여버릴 기세더군요.


그때쯤이었을까요.. 어떻게든 버텨오던 왼쪽무릎의 통증이... 장경인대 부근의 통증에서 이제는 무릎 앞쪽에 극심한 통증으로 번져가기 시작하더군요..


다행히 아에 페달을 밟지 못할 정도는 아니고.. 때떄로 무릎이 끊어지는 듯 한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아아악’ 소리가 입밖으로 저절로 뱉어질만큼....


그때 계산을 해보니... 속도를 25 이상으로 내는건무리, 지금부터 25로 최소한으로 쉬면서 가면 어떻게든 시간을 꽉채워 완주 할 가능성은 있음.. 그러나 너무 타이트했기에 일행들을 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났고


저는 무릎이 더 이상 속도는 무리다 먼저 가시되 제가 따라가지 않더라도 그냥 가시라, 내가 따라갈수가 없으니 서로 찢어져 페이스대로 가야 내가 완주할 수가 있을 것 같다 라고 전하고 보내드리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블레어님께서는 아쉬운 마음에 얼굴이 일그러지시면서도 ‘본인이 그렇게 해야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니 알겠다’ 라고 말씀 하셨지만


뒤에 달랑달랑 오는 저를 끝까지 달고 달려주시네요.


그렇게 우리는 힘겨운 언덕을 넘고넘고넘고넘고 넘고 넘고 또 넘고 넘고 넘고 넘어


안동 시내의 CP에 도착하였습니다. 정말 CP가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배가 너무나 고팠기에 급히 근처 중국집을 찾아 들어갔고 또 한끼의 볶음밥을 먹습니다 곱빼기로!


볶음밥을 먹고 중국집 주인장께 혹시나 얼음물같은 것이 있을까 여쭙자 내어주신 두 개의 얼음물. 블레어님께서는 일행중 연배가 많으신분께 한 개 그리고 한 개는 저에게 내밀어주시네요


5. CP5-> cp no. 8 Finish 대구 강정보.


밥을 먹고나서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제가 페이스가 매우 ᄄᅠᆯ어진 상태니 뒤에 저는 신경쓰시지 마시라, 세분 페이스대로 가시면된다 그래야 ‘저도’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알겠다고 말씀 하시면서, 우리와 함께달린 분중 연배가 좀 있으신 베테랑께서 선뜻 약을 두알 건내주시네요 진통제와 근육풀어주는 약이라며 일단 먹어보라고.


감사히, 너무나도 감사히 받아 바로 입속에 털어 넣습니다.


약을 먹자마자 뿅하고 나타나는 그런 드라마틱한 약효는 마약이 아닌이상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간절히 바래봅니다


‘제발 약효과 나타나주길 제발제발’


그렇게 우리는 안동을 빠져나와 다음 CP인 안계를 향해 페달을 밟아나갑니다


안동을 시내를 박차고 나가는데, 기온이 37도에 육박합니다 땡볕에 달궈진 아스팔트는 오닉시아의 브레스라 해도 믿을만큼 뜨뜻한 지열을 뿜어냈고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미칠듯한 폭염... 그야말로 ‘마트가 보이면 무조건 물보급’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우리는 낙동강 자전거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한 마트에 보급차 정차하게됬고 저는 여기서 결정을 내립니다.


사실 이게.. 무릎이 아픈것도 있었찌만 정말 너무졸렸습니다.


안되겠다 일단 5분이든 10분이든 잠깐 눈을 붇쳐야 ‘살겠다’ 는 생각이 들어 먼저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마트 옆의 팔각정에 가서 들입다 누웠습니다.


사실 정말 지나는 길가에 팔각정이 보일 때마다 ‘좀 자고간다고 할까..’ 하고 고민을 한 스무번 정도는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등 붇치는 순간 ‘삑!’ 하고 1초만에 한 대여섯시간 지나가버릴까 하는 두려움이 너무 컷기에 그러지 못하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업힐을 하는데도 심지어 다운힐을 하는데도 눈이 스르르륵 감겨오더군요.. 거기에 폭염까지 덮쳐오니 더는 안되겠더군요.


그렇게 일단 등을 붇치자 마자 삑 하고 기억이 없습니다


눈을 딱 떳는데 다행히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앞의 마트에는 한무리의 란도너가 쉬고있었고 아직 뜨거운 뙤양볕은 그대로 남아 있었거든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건 분명하죠


일단 물을 양 팔토시와 헬멧에 뿌려 잠을 털어내고 부랴부랴 헬멧을 챙기고 자전거를 챙겨 페달을 밟아 봅니다.


아니 그런데?? 왼쪽 무릎에 있던 통증이 온데 간데 없이 말끔한겁니다.


뭐지이게? 싶었지만 ‘찬스?’ 라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기어를 아웃터에 걸고 척척척척 고단으로 넣고 밟아봅니다. 아프지 않습니다.


어쩐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아프지 않습니다. 잠자면서 까먹은 시간+여태까지 기어오면서 까먹은시간 + 또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면 까먹게 될 시간 이 모든걸 최대한 만회할수 있는 찬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기다가 이게 아프다가 안아프니까 신이나서 막 달려 나가 졌습니다 얼마나 달려갔을까요?


저 멀리 본격적으로 낙동강 자전거길의 시작을 알리는 업힐 같은 것이 나타납니다 뭔지 모르겠는데 큰 암벽을 끼고 주우우욱 올라가는 길이 보이더군요.


그 길에 다다르니 블레어님과 일행들이 뙤양볕과 질려버린 업힐에 체력을 보존하고자 자전거에서내려 걸어 오르고 계셨습니다


‘금방왔네?? 무릎안좋은데 끌어 내려서 끌어!!’


블레어님께서 호령 하셨지만


그 명에는 따를 수가 없었습니다


이 무릎이 언제까지 이런 기회를 줄지 알수가 없었거든요


‘갑자기 무릎이 좋아서요 일단 갈게요’ 그렇게 저는 솔로잉을 시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팍팍팍팍팍팍! 최대한 달려나아가 봅니다 무릎은 괜찮습니다. 어쩐일일까요?


그렇게 팍팍 치고나가기를 한참, 이거 너무덥습니다.. 논밭과 강변을 끼고 낙동강 자전거길을 따라 다음 CP인 안계까지 가야되는데 너무너무 덥습니다 ..

오닉시아의 뜨거운 브레스를 온몸으로 받아버리는 기분입니다. 아아 10여년전 39명의 팀원들을 믿은채 벽에 기대어 오닉시아를 탱킹하던 그날이 스치웁니다. 공포를 까면서 말이죠..흠..


아무튼 너무덥습니다 덥다는 얘기고요


팔토시와 머리에 물을 뿌려봅니다 이미 미지근하지만 어쨋거나 물이 다으면 잠시나마 열을 식혀주니까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자전거길에서 빠져나와 국도로 진입하는길목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야되나 하고 코스와 길을 살피는데 우측 전방에(코스와 반대) 자전거가 한 대 서있지 뭡니까? 보니 마트네요 마트 일단 코스고 나발이고 마트로 진격합니다.


마트에 가보니 출발할 때 인사를 나눈 자당의 탙님이지 뭐겠어요?


너무나 반가운마음에 아이고 탙님 여기계셨구나 제가 살께요 제가 한번 사겠습니다 하면서


콜라와 아이스크림을 두 개씩 삽니다 설레임두개 빠삐코 두 개.


왜냐구요? 제가 브레베 출발전 탙님께 피닉스 라이트를 구입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배송료까지 내주시고 배터리두개 빼고 싸게 팔아주시기까지 하셨는데 제가 감사하단 인사도 못드린게 생각이 났거든요


그분은 어쩐지 아이고 이거 이러면안되는데 하시면서도 제가 막무가내로 막 결재를 해버리니


아무튼 고맙다며 일단 아이스크림 두 개와 콜라를 받아들으십니다.


그렇게 우리는 등에 아이스크림 두 개를꼽고 콜라와 물을 충분히 채운뒤 다음 CP인 안계까지 출발합니다.


안계CP로 가는길은 한적한 논밭을 지나 시골길을 지납니다 한~참을 지납니다. 생각보다 거리도 꽤 되더군요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너무더웠습니다


일단 빠비코를 하나 먹고. 물로 좀 버티다가 .. 설레임을 뜯어 먹습니다. 설레임이 이미 다 녹아서 쭉쭉 잘도 나오네요 아주 쫌만 더 늦게 먹었으면 뜨겁게 먹을 뻔 했네요.


그렇게 그때부터 탙님과 달려나갑니다. 쭉 달려나가는데 ....


보급처가 ..가도 가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CP까지 갈 것 같은데 .. 물을 채울곳이 전무하네요


둘다 물통에는 최후의 한모금만을 남겨둔 상황까지 몰립니다.


‘어디 수도 있는 집 보이면 문 두들겨야겠는데..’

‘그래야 겠습니다 이거 이러다 죽겠네요 아이고야’


그렇게 저와 탙님은 수도꼭지가 있는 집이 어디 있나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페달을 밟았지만 이게 사람이 사는집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정말 난감하더군요


그때!!!


아저씨 두분과 할아버지 한분께서 집 대문앞에 나와 뭔가를 고치고 계시더군요


더 지체할 수가 없이 일딴 사람있는 집이면 된다는 생각에 자전거를 새우고 집어 던지면서 여쭙니다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정말 너무 죄송한데 혹시 수도 잠시만 쓸 수 있을까요? 살려주십쇼’


우리 몰골을 보시고는 ‘아이고 이 더운데..’ 하시면서 집안을 향해 ‘여기 물좀 드려’


하시 네요 저와 탙님은 잽싸게 수통을챙겨 집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드리니 아주머님과 할머니께서 뭔가 하고 계시더군요 뭐였다는 기억이 없지만..


인사를 꾸벅 드리고는 냉수를 내어주신다기에, 아이고 어찌 드시는물을 그냥 수도만 잠깐 써도 충분하겠습니다 하고 꿉뻑 인사를 드리지만


아이고 괜찮습니다 하시며 드시는 물을 그것도 정수기에서 뺀 물도 아니고 보리차 같이 끓여 드시는 물 같은데 .. 시원한 약물을 두병이나 꺼내 주시면서


아니 웬걸 수박까지 한쪽씩 하라며 썰어주시지 뭡니까


ㅠㅠ..


염치불구하고 너무 감사히 먹겠따고 꿉뻑 인사를 두 번드리고 껍데기 까지 입에 넣습니다


그렇게 물을 마시고 물통에 물도 가득 채우고서



‘할머님 건강히 오래 사세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하고 또 페달을 밟아 나아갑니다.


그렇게 민가에 처들어가 민폐를 끼치고도 한~참을 가서야 우리는 안계CP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말이죠, 자전거길에서 나와 두리번거리지 않고 바로 코스대로 쭉 달렸떠라면 반대쪽 길가의 마트에 세워져있떤 탙님의 자전거를 보지 못했겠죠? 그렇다면 이 민가까지는 아이스크림 두 개와 물도 없이 어떻게 왔을까.. 아찔한 생각이 듭니다.


‘신께서 돕는구나 ..할레루야 아멘’


그렇게 우리는 안계 CP에서 보급을 합니다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이온음료 그리고 김밥도 두 개씩. 밥을 먹고 가기엔 너무 타이트하다는 생각에 김밥을 두 개씩 먹고 피니씨까지 가기로 합니다.


안계 CP를 지나면 칠곡CP까지 업힐이 두 개 남습니다.


‘두개 마지막 두 개남았네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마지막 업힐을 향해 전진하는데


블레어님께 전화가 옵니다


‘어디쯤갔어요? 몸은 좀어때요’


‘아직은 괜찮습니다 탙님하고 달리고있어요! 마지막 업힐 앞입니다’


‘오케이 들어가서 봅시다!’


이렇게 짧은 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데 뒤에 오시던 탙님께서


‘저 .. 저를 다른분하고 햇갈리시는 것 같아서요 ’

‘네? 탙님 아니세요? 클리앙 분 아니신가요??’


‘아 네 아닙니다 저는 .. 랜사모만 눈팅하고 특별히 활동은 안하는데..’


???


사실 중간중간 이분과 만났는데 그때마다 블레어님과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시고 저한테도 살갑게 인사를 주시기에


자당에서 저와 스말맨님 블레어님 빼고 탙님 이렇게만 이번 브레베에 나온 것을 알고 있었던지라


당 연 히 자당의 탙탖탗탇타.... 님 이신줄 알고 있었거든요


알고보니 그분은 랜사모의 초리님이셨습니다 -_-aaa


하지만 이제 와서 누구면 어떻겠습니까?

‘아이고 제가 오해를 했네요 하지만 누구면 어떻겠습니까! 같이 달리면 인연인거죠~’


이렇게 다시 인사를(?) 나누고 초리님과 함께 cp7 칠곡을 향해 달려갑니다.


칠곡보 cp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업힐 두 개를 넘어 대구로 진입하는데. 그 업힐의 경사도가 정말이지 아 찔 하더군요..... 거짓말 좀 보태면 송추를 넘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힘내어 넘을 수 있었습니다. 함께 달리는 동료도 있었고..


초리님과 마지막 업힐을 정복하고 그 위에서 잠시 감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휴식을 가졌습니다.


‘드디어 마지막업힐 넘었습니다.. 정말.. 고생했어요 힘들었습니다’


서로에게 박수를 쳐 줄만 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운힐을 지나 자전거길에 진입해 칠곡보를 향해 달려갔고 한참을 달려 CP7 칠곡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칠곡에 도착하니.. 이제 골까지 자전거길 25키로 남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또 물 채울일도 없는데 물병에 이온음료 넣고 이온음료병에 오렌지 주스 채우고 호화스럽게 가보기로 합니다.


다음 보급처가 어디일지 모르는 그런 두려움은 더 이상 없습니다.


이 물통에 담긴 물을 다 마셔버려도 상관없습니다.


마시고 싶은만큼 물병에 물을 쭉쭉 마시면서 자전거길을 달려나갔습니다.


지난 서울 400때도 그랬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친 란도너에게 피니시를 향한 루즈한 자전거길은 .. 어쩌면 차량의 위협에 노출된 국도변보다 더 지옥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서울400때보다는 그나마 상태가 훨씬 낫다고 볼수 있습니다 왜냐구요?


물통에 뽀카리도 까득있고 등뒤에 오렌지 쥬스도 있지롱.. 그때는 탄천을 핥아먹을뻔 했..


아무튼.. 그렇게 초리님을 뒤에 달고 슬슬 자전거길을 나아가는데


해가 뉘엿뉘엿한 6시 경.. 일요일의 강변에는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는 가족들, 데이트를 나온 커플들....


나는 이 주말 무얼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다 지금 내가 이 코스를 달리고있는걸까..


분명 시작은 플래시라는 그 어떤 타이틀에대한 욕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팀 불나방을 만났고 .. 수많은 베테랑 란도너분들을 만나 추억을 만들며 여기까지 온 것 같긴 한데..


‘왜 나는 이걸 하고있을까’ 하는 생각은 떨쳐버리기 힘듭니다. 육체적으로 너무나도 힘들어서 였겠죠..


아무튼 잡념이 너무 심하게 들어 더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페달링의 강도를 올리기로 합니다


33. 34.35 드랍을 잡고 최대한 땡깁니다 일단 완주점까지 달린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탙님 아니 초리님과 함께 달려오는데, 그 중간 시공오류로 보이는 심각하게 뾰족한 턱에 꽝하고 받았습니다. 다행히 저나 초리님이나 큰 탈 없이 욕만 한사바리 하고 지나칠 수 있었지만 ‘카본림이면 저거.... 작살나겠는데..’ 하는 의견을 주고 받습니다.


그 턱을지나 정신을 차리고 또 열심히 최대한 열심히 달려봅니다


가민에 코스 피니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언제고 ‘골’이 보이기 시작하면... 짜릿한 에너지가 생겨나잖아요?


‘골 떳습니다!’


800미터 단위로 축소해 놓은 제 가민코스에 골이 보인다는건 정말 가까이 왔다는 얘기 거든요.


힘을 짜내어달려나갔고 저와 초리님은 37시간 11분에 힘겨운 여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도착해보니 서울에서부터 키리님 내려와 계시더군요.. 서울 400때도 도착했을 때 그 새벽 반미니에 앉아계셨던 분은 나의 키리님이셨는데


오늘도 이 먼 대구까지 나와계십니다.


가슴속에서 왈칵 하고 눈물이 났지만 키리님 이먼데까지 어찌오셨냐고 손만 한번 마주 잡습니다. 라이천령님께서도 환한 미소와 박수로 환영해주셨고..


브레베 카드를 내어주고 막판을 함께 달려온 초리님과 뜨겁게 손을 마주잡았을때는


이 여정을 함께 한 전우애랄까? 뜨거운 무언가가 짜릿한 뭉클 하더군요. 함께 사진을 찍고....


감사했고 수고 정말 많으셨노라고, 또 뵙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인사와 함께.


그렇게 초리님을 보내고 나 때문에 너무나 고생이 많았을 블레어님을 기다립니다.


6. 귀환


블레어님의 도착 그리고 우리는 복귀길을 생각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키리님께서 자기 차에 자전거 싣고 타고 가면된다 하십니다.


아 어찌 이런 파렴치한 몰골을 하고 는 감사합니다 하고 자전거와 몸을 키리님 차에 밀어넣고 거의 기절 해버린 것 같습니다.


그 야심한 밤을 세시간씩 운전하셔야될 키리님 생각에 버티고 버텨 키리님과 수다수다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거슨 기절잠...


그렇게 우리는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러 커피와 우동을 먹고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블레어님을 집앞에 내려드리고, 또 저까지 집앞에 내려주시는 오 나의 키리님..ㅠㅠㅠ.


키리님께서 집짝을 집앞까지 배달해주시고는


‘잘 쉬어요 ㅋㅋㅋ’ 하시며 댁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잠시후에 출근도 하셔야되는데 ....


2am..


그렇게 멀어지는 키리님 차를 한참을 쳐다보고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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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들어진 코스라는점 그리고 전반기에 600까지 해결해보자는 욕심에 도전했던 대구 600이었습니다. 직전 주말 서울400을 달리면서 연달아 600을 달리는것과 더워질 날씨에 포기를 하려 했을 때 바로 취소를 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실력이 미천한 것은 당연하고, 경험이 부족한 것을 또 한번 느낄수 있었으며 베테랑 분들게 참 많이도 배운 시간들 이었습니다.


끝까지 붙잡고 달려주신 팀 불나방의 위대한 캡틴 블레어님과 정신적 지주이신 여봉선님과 빈스님의 응원에 감사를 드리고, 지역 로컬이신 마실님의 전폭적인 지원과 나를 여기까지 달리게 만들어준 기묘한 남자 스마일맨에게도 너무나 감사하다는 인사 드리고

먼 서울에서부터 달려와 집에까지 배달해주신 오 나의 키리님 ㅠㅠ 여러분 키리님은 저만의 것이니 탐내지 마시길 바라고요, 라이천령 센빠이의 그 여러 가지 조언과 응원 그리고 마지막까지 도착하는 란도너들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시는 그 열정에 고개숙여 감사하다는 인사 드립니다.


또 걱정과 응원 그리고 조언을 아낌없이 보내주신 자당의 여러 당원분들께도 감사와 사랑을 보내드리며 이 뜨거운 열정의 산물인 코리아 랜도너스의 운영진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뜨거운 6월의 마지막에 대구를 출발하여 함께 달려나간 모든 란도너 분들의 도전과 열정에 정말 수고하셨다는 박수 쳐드리고 싶네요


제 이 후기도 그 언젠가 대구 600에 도전하는 분이 계시다면 일말의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으로


이 긴 여정의 후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