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20. 7. 7. 06:16

고관절 골절수술+ 철심제거 후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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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1년이 지났다.

 

대학병원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었지만

 

입원과 수술이 불가능 한 상황은 아니었으므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비롯한 여러가지 수술 전 검사를 받고

 

수술 전날 입원했다.

 

심전도나 x-ray, 피검사 등 몇가지 수술 전에 필요한 검사들은 입원 일주일 전 미리 받았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입원 전날에 병원을 방문해 따로 마련된 선별 진료소? 에 가서 받았는데

 

물통 닦을때 쓰는 것 비슷하게 생겨먹은 끝이 뾰족한 철쑤세미를 코속으로 뽝 하고 쑤시는데 어찌나 고통스럽던지 ..ㅠㅠ

 

다리는 뭐, 작년에 이미 심을 꼽아 일년간 뼈를 굳쳐 회복을 했기에 너무나 멀쩡히 스스로 입원했다 .

 

철심의 머리가 튀어나온 부분으로는 돌아눕거나 하면 불편한 통증이 있었고, 달리기를 하거나 할 때는 여전히 불편했지만 뼈는 철심을 제거 해도 될 정도로 잘 붙었다고 했기에.

 

입원 - 수술 - 회복 - 퇴원, 총 3박 4일의 짧은 일정 이었기에 짐도 딱히 챙길 것 도 없었다.

 

핸드폰 충전케이블, 세면도구, 슬리퍼, 머리띠, 텀블러, 간식 몇 가지, 옷? 은 입고간거 그대로 갈아 입고 퇴원하면 되고.. 

 

아 물티슈! 물티슈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 병원생활 특히 화장실을 제맛대로 들락날락 하기 힘들때  물티슈가 매우 요긴하다.

 

그리고 작년 수술때 구입한 목발을 같이 가져갔는데 이걸 안 가져 갔었으면 또 사야 했을 터.

 

입원 수속을 마치고 배정된 침대에 옷을 갈아입고 앉아 있으니

 

며칠간 신세질 병동 간호사 분들과 주치의 선생님이 와서 수술에 대한 이야기와 병동 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 확인을 받으러 분주히 다녀갔다.

 

아니 근데,

 

내가 수술을 너무 쉽게 생각 했던 건지.. 주치의 선생님과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간혹 철심을 빼다가 골절이 다시 발생할 수 도 있다는둥..

 

철심이 너무 고착되어 제거 시 골절을 유발할 것 같으면  제거하지 않고 수술방을 나온다던지..

 

수술중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아주 간혹 발생하는 불상사 등등..

 

그 뭐랄까 거~~~~의 없는 일이지만 어쨋거나 한번이라도 발생하기도 하는 불상사들에 대한 의무적인 고지? 그런 얘기를 쭉 듣는데

 

갑자기 마음속에 불안이 피어오를는건 또 뭐였을까? '별 탈이야 있겠어?'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괜시리 긴장이 되서는 수술 전날 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아 그리고, 지난 수술때 비싼돈을 주고 신청했던 무통주사의 부작용으로 극심한 구토감에 시달려야 했기에 이번엔 빼달라고 해봤다.

(사실 병원 사람들이 빼는 수술을 좀 쉽게 얘기하길래...)

 

거 수술 후에 못 견디겠으면 그때 놔 달라고 해도 될 것 같았으므로.

 

수술날 아침이 밝았고 8시 첫타임 수술인가 그랬기에

 

이른 새벽부터 간호사 선생님들이 팔에 주사라인을 잡고 이런저런 확인을 하러 다녀갔고 마침내 나를 수술방으로 대려갈

 

좁은 철제 의자가 들어왔다 -_-a 

 

잠을 잘 못 잔 이유도 있겠지만, 왜 그렇게 긴장이 되던지 ..

 

수술방에 옮겨져서 이름부터 뭐 수술에 대한 여러가지를 두세번 더 체크를 하고서야, 녹색에 동그란 수술등이 달린 방으로 옮겨졌고

 

마취과 선생님이 척추마취? 하반신 마취를 하려고 한다고 하길래, 

 

좀 겁이나고.. 이상하게 긴장이 많이된다고 ..사실대로 이야기 하니까

 

환자분 긴장 많이되시냐 며 그럼 전신마취로 하시는게 나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겠냐 되묻기에 그렇게 해 달라고 했다.

 

눈을 감고 다시 떳을 땐 수술이 끝나있었고

 

수술방 옆의 회복실에 잠시 버티다가 (역시나 추위에 떨어야 했다..) x-ray를 한번 찍고는 병실로 돌려 보내줬다.

 

 

이번에 수술로 배운(?)것이,

 

전신마취 라는게 아무래도 환자 몸에 부담이 크긴 한 모양이다

 

영화나 드라마같은 매체는 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너무 생략하는 경향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두번의 수술 모두, 눈을 뜨고 한시간이 무척이나 괴로웠다.

 

그렇다고 전신마취 없이 수술을 받을 수 없으니 별 달리 방도가 없지만, 병동에 돌아와 한 시간 동안은 엄청난 갈증+ 호흡기 통증을 버텨내야되는데

 

아.. 진짜 그 한시간을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고나 할까..

 

그리고 수술중에 쓰는 약물 때문인지  깨어나고 한시간은 진통제도 주지 않고 버티는것 같은 느낌 ㅠㅠ?

 

아무튼 수술을 마치고 돌아오니 엄마가 오셨길래 역시나 뻑까리 스웨트 1리터짜리를 부탁해서

 

한 시간이 땡 하는 순간 그냥 바로 한큐에 비워버리기를 시전!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자 간호사 누나가 와서 진통제도 달아줬다.

 

문제는 

 

그 작년에 내가 마구 눌러댔던 30만원짜리 마약성 무통주사가 아닌, 일반의약품인 진통제를 달아준 것 같았는데

 

작은 병에 담긴 진통제가 들어가자 수술한 다리의 돌덩이같은 통증은 사라졌으나, 당장 토해버릴것 같은 구토감에 어지러움이 몰려왔고

 

간호사누나를 긴급히 호출했더니 구토감을 줄여주는 약을 달아주면서 숨을 코로쉬라고 재촉하는것이 아닌가?

 

근데 이게 신기한 것이  차분히 숨을 코로만 쉬려고 노력하니까 구토감이 자연스래 스르륵? 아주 빠른 시간내에 사라졌다는거.

 

 

첫날은.. 통증이 꽤 있었다. 아무래도 엉덩이살과 허벅지를 부분 절제 하고 철심을 뽑아내는 수술이여서

 

절제 부위가 넓었기 때문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뼈가 쑤시고 아픈 것 보단 째고 들어간 살이 아픈 느낌이랄까?

 

 

첫날을 어떻게든 버티고 나니 두쨰날이 밝았고

 

다음날 아침 수술한 교수님의 회진에서야 수술이 깔끔하게 잘 되었으니 하루정도 회복 하고 내일 쯤 봐서 퇴원 하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람 심리가 일단 전문가가 와서 괜찮다 잘됬다고 하니 마음도 놓이고  여유도 좀 생겨졌다.

 

그 뭐랄까, 사실 이 수술을 하기 전에

 

이런 말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주치의 선생님이나, 담당하신 교수님이나 심을 빼는 수술은 뭐 큰 수술도 아니고 금방 바로 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고 해서 

 

회복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었는데,

 

막상 수술을 받아보니

 

바로 걸어다니기는 무슨 어떻게 걸어다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날은 그냥 침대에 누워있었고

 

두쨋날이 되서야 병원에 있는  밀고 다닐 수 있게 바퀴가 달린 옷걸이 같이 생긴걸 붇들고 슬슬 미끌어지듯 화장실에 갈 수 있었는데

 

이게 궁댕이 살을 깊게 찢어서 그런가.. 고관절 수술 직후엔 직립보행에 엄청난 제한이 걸림이 팩트다 .

 

이때까지만 해도 '뭐? 바로 걸어다니고 생활로 복귀한다고? 나만 이상한거야? 나원 -.- ' 하고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의사 선생님들 기준에서 철심을 빼는 수술은, 고관절 골절 환자의 치료 전체 스케줄에서는 환자가 골절로 부터 완치되는 최종장 의 느낌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하게 얘기를 하는게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수술 당일은 침대에서 버티기 바빴음

 

두쨋날은 밀고다니는 기구를 슬슬 밀고 화장실에 왔다 갔다 함, 저녁이 되서는 목발로 바꿔서 해보니 힘들긴 해도 거동이 가능은 해짐.

 

그리고 셋째날 ,

 

아침 회진 에서 어떠냐고 묻기에, 아직 통증이 좀 있는데.. 그래도 화장실 정도는 혼자서 걸어다닌다 하니까

 

쉬시다 퇴원하시고 2주 후에 외래오면 이제 졸업이시라고, 고생 많이하셨다고 하시는 교수님.

 

그때 나는, 목발을 짚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해도 궁둥이 통증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정말 퇴원 해도 되나 되물었는데

 

급할것 없이 하루 정도 더 회복하시고 퇴원해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으나

 

'아.. 병원에서 더 해줄게 없구나..' 싶어서

 

퇴원해버렸다 

 

 

두 주치 약을 받아서 퇴원했고, 퇴원 후 일주일은 목발을 짚고 돌아 다닐 수 는 있었을 뿐이지

 

다리를 드는 일이 매우 힘들어 거의 집에서 쉬면서 보낸 것 같다. 이거 뭐 양말도 혼자 못 신었으니.. 꽤나 고통스러웠는데

 

그래도 두 주 후에 외래를 오기 까지, 근처 병원 아무데나 가서 수술부위 드레싱을 받으라고 해서 일주일에 두세번 드레싱 받으러 집 앞 병원에 다녀와야 했다.

 

집 앞 가정의학과(소아과 내과 이비인후과 뭐 다하는 동내병원)에서 드레싱을 받으니 친절히 의사선생님이 직접 해주셨는데,

 

자세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같은 드레싱인데 갈때마다 가격이 달라져서 좀 이상했....

 

 

아무튼,

 

 

그래도 목발을 짚으면 슬슬 걸어댕길 수 있으니

 

커피를 사러 나가기도 해보고, 살짝 바람쐬러 나가기도 해보고 했는데

 

수술 후 두 주가 지날때 까지는 수술부위인 엉덩이부터 한참 아래인  오금까지 통증이 있었으며 

 (왜 오금이 아플까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긴 하다)

 

좀 많이 걸어 다녔다 싶은 날은 종아리까지 땡땡하게 부어서 '정말 괜찮은걸까..?' 싶기도 했다.

 

다리를 들어 올리는 액션에 엄청 제한이 생기는걸 보아하니, 역시 직립보행은 궁댕이 파워구나 싶기도 하고....

 

두 주 후에 외래를 가서  스테이플러를 싹 제거 하고 몇 가지 주의사항을 들은 후  짧은 인사를 끝으로

 

고관절 골절로 인한 병원행은 졸업판정을 받았다.

 

퇴원 후 일주일 정도는 목발에 도움을 받았으며,  두 주 지났을 쯤 부터는 걸어 다니기엔 문제가 없어졌는데 역시나 좀 많이 걸은날은

 

다리가 붓고 욱신욱신한 통증이 있곤 했었다

 

한달이 지났을 때 쯤 부터 슬슬 브롬톤을 타고  돌아다니는게 가능했고

 

거기서 보름이 더 지났을 무렵?  45일 정도가 되었을 때, 로드를 타는데 불편함이 거의 없어졌지만,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거나, 계속 왔다 갔다 움직여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최소 입원날 부터 보름정도는 어떻게든 휴가를 받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수술 후 50일 정도가 지난 지금, 

 

완전히 수술 전과 같이  회복이 된 것은 아니지만, 자덕은 자전거만 탈 수 있으면 오케이 아닌가? (미친놈)

 

불운한 사고였지만  그만한 부상이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힘든 시간을 거쳐 마침내 졸업을 하게 된 만큼

 

앞으론 내 몸을 좀 더 아껴주자는 마음으로  긴 후기에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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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정도 쉴 수 있는 여유가 있었음과 전문의로 계신 지인이 계셔서 불안하거나 할 때  상태에 대해 물어보기도 할 수 있었기에 정말 감사하고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아플땐 치료받고 회복할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마음속 깊이 생각하며,

 

잠시 장애인이 됨으로써 장애인 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었고,

 

1부에도 적었지만,  제가 처음 고관절 골절 판정을 받고 입원했을 때, 불안한 마음과 궁금한 마음에 비슷한 골절 후기를 찾았음에도

 

국내에 젊은 환자들의 고관절 수술 후기는 찾기가 힘들어 구글의 바다를 지나서야 외국 사례를 조금 찾아 볼 수 있었기에

 

후기를 남겨, 수술 과정과 재활 과정에서 누군가의 궁굼증을 해소해 줄 수 도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에 이 긴 후기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Diary 2020. 5. 30. 13:59

고관절 골절수술+ 철심제거 후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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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 - 수술.

 

잠을 잔건지 못 잔건지 아무튼 일요일 아침이 밝았다.

 

일찍 감자형을 보내드리고.. 그편에[ 내 사랑스런 자전거는 우리 부모님을 피해 스마일맨님의 집으로 피신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건 참 좋은 결정이었다.. 피신을 떠나지 않았떠라면.... 고철이 되었을 나의자전거야..)

 

어쨋거나 일단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아직 주무시고 있을 주말 아침 8시반.

 

"암마~ "

 

"아들 어딘고?"

 

"나 여기 xx병원 9층 몇호에 입원했엉^^"

 

"?"

 

"음... 무튼 그렇게됬습니다 어머님"

 

"이런 개 샹련의 자제분아 누가 너를 그렇게 키우셨냐 이런 삐리리 아이고 내가 제명이 못살지 도대체 어느집 아드님이세요 미친분아?"

 

그렇게 이런저런 필요한 목록을 넘기니 나의 하나뿐인 어머님께선 욕을 한바가지 하시고 한시간 후 병실에 등판하셨다.

 

병실에서  Face to Face ,  one on one 으로 마주한 순간엔  두사람 서로 웃고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나로썬 맞아죽지 않기위한 필살의 분위기 전환 시도 였다 랄까..

 

그 즈음에 젊은 주치의 선생님이 방문하시어 하시는 말씀

 

"환지분 ?

 

어제 설명 들으셨죠?, 자 여기가 요렇게 부러졌습니다. 이건 수술을 피할수가 없는 부위구요.. 교수님 수술 스케줄 봐서 조절 하겠지만.. 가능한 빨리 수술 스케줄 잡도록 하겠습니다..

 

수술은 아마  철심을 고관절방향에 하나, 뿌러진 관절 머리쪽으로 하나  기억자로 심어서 뼈가 잘 붙도록 돕는 수술이 될 예정입니다

(뭐 잘 기억 안나는데 이렇게 설명했떤 것 같다 1년 전이므로..)

 

너무 걱정 하지 마시구요.. 제가 환자분 주치의 누구니까 필요하시면 간호사 선생님 통해 호출하시면 달려오겠습니다^.^"

 

 

달리 더 들을 말도 물을 말도 없는 깔끔한 설명이랄까.. 무튼 그랬다

 

주치의 선생님이 휘리릭 떠나갔을 무렵?

 

전화기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자전거로 인해 알게 된 분들의 안부를 묻는 메세지들, 전화들, 그리고 의사선생님으로 현업에 계신 지인분들까지..

 

상황을 설명 드리고 말로 다 할 수 없을 감사인사를 전하다 보니 

 

나같이 누추한놈 주변에 귀한분들이 왜이리도 많은걸까 싶은 감사한 마음이 가득해졌다.

 

근처에 살고 있는 다른 가족들도 왔다 갔다 하고.. 정신없는 일요일이 지나가는 와중에 주치의 선생님의 등장!

 

내일 아침에 바로 수술을 할 수 있게 됬다고 한다. 어짜피 해야할 일이라면 빨리 할 수 있으면 좋은거니 잘됬다 싶고

 

한편으론 수술방에 실려 들어가는게 처음이다 보니 슬슬 긴장도 되어 왔다.

 

 

바로 금식에 들어갔고.. 이런저런 수술을 위한 추가 검사들을 받다 보니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현대 의학은 정말 위대하다고 다시한번 생각하게 됬다. 정말이지 이게 바로 '과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은 밝아왔고 일찍 수술이 예약되어 있기 때문인지 간호사 선생님들부터 주치의선생님 까지 정신없이 나를 찾아와 이것저것 확인하고 싸인받고 또 재차 확인하고 .. 꼼꼼하고 디테일한 점검을 이어갔다.

 

나를 수술방으로 싣고가기 위한 침대가 들어오고 그리로 옮겨지는데

 

와 .. 그때의 긴장감이란 .. 벌써부터 싸늘한 기분이 가득해져왔다.

 

내 수술은 사실 이거 뭐 이게 실패한다 한들 삶을 잃거나 하는 수술도 아닌데;

 

고급진 병실 침대에서 쇠가 덜그럭 덜그럭 하는 침대에 옮겨져서 수술방으로 옮겨지고

 

한번 더 수술전 소독, 필요한 사항들에 대한 점검이 이어졌고.. 수술을 위한 추가적인 준비를 받고나니

 

마침내 으... 티비로만 보던 초록색 방에 동그란 수술등이 달려있는 수술방으로 실려 들어왔다.. 오마이 갇.. 주여..

 

'와 나 살다보니 여길 다 실려 들어와보네.... 장주녁 교수님 보고싶..(뭐래)' 별 생각이 다 들고 있는 와중에 

 

"자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환자분 숨 크게 들이키시고 주무시면됩니..." 

 

 

 

 

'환자분~~ 환자분 ~~~'

 

추워 추워 으 추워춰워!!!!! (달달달달)

 

엄청난 추위에 눈이 떠졌다  이가 덜덜덜덜 떨리고 어찌나 추운지 .. 수술은 끝난 모양이다

 

눈을 뜬 곳은 병실이 아니라 수술방 옆에 달린 회복실인데.. 수술후 잠시 환자의 동태를 살핀 뒤 병실로 돌려보내는 모양이다

 

수술한 부위 통증보다 추워 얼어 죽어버릴것 같이 몸이 떨려왔다..

 

모포 같은걸 덮어주고 하는데도 어찌나 추운지... 거기서 한 15분 20분을 더 버티다 X레이 촬영을 하고 병실로 옮겨졌고

 

그러고도 한시간 정도는 잠도 자지 말고 물도 먹지 말고 버티라고 하는데 그 한시간이 정말 고통스러웠다.

 

입이 나뭇가지 타듯이 바짝 마르고 목은 어찌나 아픈지..

 

전신마취시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기관지에 삽입하는 장치들이  회복할때 되어서야 환자를 괴롭게 만드는 모양이다.

 

거금을 주고 신청한 마약성(?) 무통주사의 버튼을 마구 눌러대니  .. 슬슬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게

 

통증이 조절 되는 모양.

 

한시간을 버텨내고 옆에 있던 엄마한테 포카리 스웨트를 사다달라 해서 한큐에 한 500미리는 마셨나..  그 이상을 마셨는지도 모르겠다.

 

목이 어찌나 마르던지 .. 물과 포카리를 있는대로 들이키며 힘든 수술 당일을 버텨냈다

 

다음날이 되고, 아침 일찍 수술하신 교수님의 회진에서 수술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 치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나니  딱히 달라진건 없지만 그래도 어쨌든 됐구나 하는 안도감이랄까?

 

(사실 수술 과정에 문제가 있어 수술방에 한번 더 실려 들어갔따 왔지만 .. 이 과정은 생략하도록 한다)

 

그런데 입원한 순간부터 이상하리만치 식욕이 없었다.

 

간혹 나처럼 수술을 받아야 된다는 것 자체에 정신적 쇼크로  식욕을 잃는 경우가 있다며 영양제를 놔주긴 했는데

 

어찌나 식욕이 없던지 병원밥도 다 취소시키고 김밥 몇개 깨작깨작 .. 그나마도 약을 먹기위해 억지로 먹었다.

 

수술후 며칠동안 얼음찜질을 계속 해줘야 했고 팔에 주렁주렁 달린 두세가지 주사들은 쉴세없이 내 몸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수술 직후 며칠은 다리에 쇠덩어리를 달아둔 것 같은 통증에 꽤나 시달렸지만, 

 

그 통증보다 더 심각한, 속이 울렁울렁거리는 진통제 부작용이 나타나 진통제를 줄이고 속을 안정시키는  주사를 맞아야 했는데

 

이틀쯤 지나니까 통증은 그럭저럭 견딜만 해 졌던것 같다.  

 

진짜 문제는 역시 화장실이었다.

 

식욕을 잃어 큰것을 볼 일은 없었기에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때 어쩔 수 없이 맞은 영양제 값이 꽤 나왔다는게 함정)

 

스스로 움직일 수가 없으니 소변줄을 채워놨는데, 이 소변통을 주기적으로 비워줘야 하는 가족들의 고됨도 정말 큰 문제였지만

 

아.. 이게 망할 어찌나 거추장 스럽고 또 소독을 해야할떄 마다 어찌나 모멸감이 들던지..........

 

내 소중이를 이리저리 소독해줘야 할 의사 선생님들은 얼마나 스트레스가 클까 싶지만 서도, 나는 내 생각이 우선이니... 정말 치욕스러웠다 ㅠㅠ

 

 

일주일이 지났을까? 몇차례 지하 재활센터에 실려가 침대에 누운채로 장비의 도움을 받아 기립하는 연습을 하고 또 서있는 연습을 하고 나니

 

스스로 침대에서 내려 휠체어를 끌고 다닐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 

 

그 사이 가족들의 고생이 얼마나 컸는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휠체어를 끌고 다닐 정도가 되니 소변줄을 제거해서 너무나 좋았고, 식욕도 돌아와 이거저거 막 사다 먹기 시작했다 이때쯤부터는 팔에 주렁주렁 달렸던 주사들 갯수도 많이 줄었다.

 

이 전까진 도무지 누굴 만날 몰골이 아니었기에 주변에 문병을 다 거절했는데 

(꼼작도 못하니 머리는 1주일째 못깜았고.. 소변줄까지 차고앉았으니 ㅠㅠ)

 

이때쯤 부터 슬슬 친구들도 부르고.. 자전거 타는 지인들도 멀리서 왔다가고.. 그러다보니 맛있는 것도 많이 얻어먹고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덕분에 가족들이 병실에  있어 주어야 할 시간도 많이 줄었고, 먹는것도 좋아졌으니 회복도 빨라지고, 주변에 많은 도움을 받아 버텨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두주 입원했고. 수술을 받은 첫주는 꽤나 고통스럽고 힘든 한 주 였지만, 수술을 받은 다다음날? 부터 바로 잘 짜여진 재활 훈련을 받았으며

 

2주차 즈음엔 휠체어 끌고 혼자 내려가서 병원내 커피숍에서 커피도 사다 마시고 지인들의 병문안에 인사도 하러 다닐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

 

아니 병동의 공용 휠체어의 휠이 상태가 어찌나 안좋던지 밀고 다니다 어깨가 먼저 고장나는 줄 알았다.

 

보아하니 카본휠을 장착한 휠체어도 있는듯 한데... 뭐래 별 미친생각을 하곤 했던것 같다.. 살만 해 졌다는 증거.

 

이틀에 한번꼴로 주치의가 드레싱을 해주러 찾아왔고.. 입원한 2주사이 내가 둘러본 병동의 모습은 

 

간호사 누나들(그래 이제 누나도 아니다 친구 내지는 다들 동생들이겠지..) 의 연차수에 따른 서열(?)과..  업무 능력 같은것을 알 수 있게 되었고 .. 그 어마어마한 업무 강도는 정말이지 엄청난 수준이었다.

 

상병 레벨의 간호사 누나들은 언제나 신참내지는 연차가 낮은 간호사들에게 지시하고 무언가 재차 확인하고.. 그럴때면 꼭 지시대로 되지 않아있고... 자기가 와서 하고.. 환자들 앞에서는 또 귀신같이 친절을 배풀고..  역시 어느 사회나 비슷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달까?

 

 

연차수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지는 나의 주치의선생님 역시, 드라마나 영화로만 보아왔던 그것의 배 이상은 족히 되어보이는 강도의 수련 과정을 견뎌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2시가 넘어서 드레싱 카트를 끌고 "저 ..환자분.. 혹시 주무시나요 ㅠㅠ" 하고 찾아온 나의 주치의 선생님

 

"아뇨 괜찮습니다~" 하고 드레싱을 받으며 

 

"아휴 티비나 영화에서 보던거 이상이네요.. 정말 고생 많이하십니다 에구 "하고 건낸 나의 위로에

 

젊은 나의 주치의 선생님은 "저도 이 일이 이렇게나 힘들지는 몰랐답니다 ㅠㅠ "  울쌍이 되곤 했었으니..

 

암튼 현대 의학의 힘과, 삶을 갈아넣으며 환자를 챙기는 이들의 노고 덕에 스스로 목발을 집고 돌아다닐 만 해 졌을 때 쯤

 

퇴원을 하게 되었으니

 

수술 후 열흘이 조금 넘었을 시점이었다.

 

그래도 병동에 두주나 있었는데 그동안 참 많이 도와준 예쁘고 친절한 간호사누나들 커피라도 한잔 선물하고 나왔으면 했지만

 

그들은 언제나 지쳐있고, 시프트에 목말라 있었으며.. 걸어다니는 일이 없었고.. 통증에 날카롭게 곤두서있는 환자들을 상대해야 했기에..

 

감사했다는 짧은 인사만 남김으로 조용히 병동을 빠져나왔다.

 

잘생긴 나의 주치의 선생님도 다음에 만날때까지 잘 버텨주시길 , 아니지 좀 더 편한데서 더 잘살면 그게 나을 수 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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