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CLE+SWIM/PBP2023 2023. 9. 6. 03:42

PBP2023 꿈속을 다녀오다 // EP 3 DAY3 , 반환점을 돌아서

<이 글은 클리앙 자전거당에 선 작성후 백업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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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tMoCAzPKHBg

 

 

잠은 못자서 졸음은 계속 쏟아지지, 피로는  누적되어서 온몸이 으슬으슬..

 

해가 뜰 때 까지는 말그대로 비실비실 대면서 겨우 나아갈 뿐 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그 야밤에 길 좌우로는 빨간 라이트가 켜진 자전거와 널부러진 랜도너가 천지 삐까리로 깔려있었다

 

여러분 랜도너 줏어가세유~  할 정도로

 

그래도 정말 여기 사람들은, 랜도너들이 어디서 진짜 제일로 힘들어하다는걸 다 알고있는 듯 민가보급을 차려서 나와줘 있었기에

 

 

 

커피도 얻어마시고 콜라도 얻어마시고 물보급은 뭐 그냥 당연한거고..

 

그 도움을 받아 그 새벽을 겨우겨우겨우우 겨우우우우우우우 달려나갈 수 있었다 

 

그나마 7시쯤이 되니까 해가 떠올라서 조금 달릴만 해 졌다고나 할까

 

 

이 쯤에선가, 출발날 기차역에서 같이 사진찍은 리투아니아 친구를 다시 만났는데, 

 

이 친구도 위에는 레인자켓입고 긴장갑에 버프까지

 

나만 추운거 아니구나 싶은 생각에 뭔가 반갑기도 하고 , 두사람의 상해버린 몰골에 참 고생하고 있구나 싶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리투아니아 친구를 보내주고  한국분을 만나서, 마트에서 납짝 복숭아와 빵을 사서 나눠먹었는데, 

 

과일을 보급하는 행위 자체가 그 새콤한 맛 때문인지 비타민 보급이라는 생화학적 기전에 따른 것 인지

 

(정말 맛있었던 프랑스의 납짝복숭아)

 

체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간단히 아침보급을 마치고서 다시   609키로 지점의 브레스트까지 열심히 달려나가고 있었는데

 

문제는 어제와 같다, 똑같이 엄청나게 시작된  뙤양볕, 진짜 선크림을 바르고 또바르고 아주 난리통이었다

 

브레스트 까지 가는데  왠놈의 업힐이 이렇게 많고 날은 또 왜이렇게 더운지

 

너무 힘들어서 길바닥에 널부러져 버리고 말았다 아이고 

 

609키로 지점의 반환점인 브레스트 까지 가는길은 정말 멀게 느껴졌다.

 

 왠 숲길을 자꾸 지나고,, 또 분명 큰 도심에 진입한 것 같은데 여전히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는 CP.

 

 

가도 가도 나오지 않던 브레스트씨피로 가는길에, 도시로 들어오고 나가는 차들이 엄청많아 역시 큰 도심이라는걸 체감할 수 있었고 반환점에 다달은 만큼 저렇게 많은 랜도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열심히 달려가서 브레스트 씨피에 가니까 여긴 무슨 대학교 건물인가? 씨피 부지를 엄청 크게 잡아놓았더랬다.

 

(반환점이라서 그런지 CP부지가 엄청나게 넓게 조성되어 있었다)

 

여기는 딱 봐도 시간을 허비하기에 너무나 좋아보여서 대충 도장찍고 빨리 빠져나왔고 마침, 아침 밥 때가 된 것 같아 뭘 좀 먹으려고 했는데

 

아직 10시가 되기 전이라 그런지.. 식당들이 문을 하나도 안 열어서 그냥 리디인지 리들인지 부르는법도 까먹은 마트에서

 

샌드위치랑 과일 몇가지 사서 스타벅스 커피 하나 같이 곁들여 때울 수 밖에 없었는데, 

 

여기서 스페인 랜도너 그룹이

 

쿨하고 재밌는 애들이어서 뭐라뭐라 수다를 좀 떨다가  과일을 좀 나눠먹기도 하고,

 

시간은 까먹었지만 뭐 어쩔수 없는 시간이니까.. 즐겁게 수긍하기로 했다.

 

 

브레스트를 빠져 나오는 길에 해안가를 지나오니 바다냄새도 나고

 

또 유명한 브레스트 다리도 지나고 해서 거기서 사진도 찍고 하면서 지나오는데

 

 

 

뭐랄까, 애펠탑을 처음 봤을때의 그런 비슷한 기분이었다. "내가 사진으로만 보던 이 다리를 왔구나.." 싶기도 하고, 

 

바다를 끼고있는 정말 멋진도시구나 싶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피로가 좀 사라지면서 리프레시 되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브레스트를 들어가고 나오는데

 

업힐이.. 아오 이게 업힐이 아니면 도대체 뭐가 업힐이냐 "하오고개는 업힐이 아니지?"  라고 한다면 내가 뭐 할 말은 없겠지만

 

하오고개나 아이유고개 느낌의 고갯길이 무제한으로 출몰하는 기분이었다

 

브레스트 다리를 건너 나오는 길에 

 

왠 사람들이 나와서 랜도너들에게 딸기를 막 나눠주는데

 

정말 어쩜 그렇게 맛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 맛있었다 

너무너무 달고 새콤해서 세상 행복 , 옆에 트럭에서 팔기도 하는 것 같았지만

 

거기가서 딸기 사먹어 줄 시간은 나에게 없었기에  땡큐 베리머치 할 뿐..

 

여차저차 반환점을 무사히 돌아 나왔지만

 

또다시 태양은 떠올랐기에..

 

엄청난 태양볕이 내려 쬐기 시작했고 나는 녹아 내릴 수 밖에 ..

 

그래도 이게 정말 힘든 구간에는 민가 보급도 더 자주 있어서  큰 도움을 받으며 나아갈 수 있었다 정말로

 

어린 아이들까지 나와서 자기 몸통만한 물통을 들고는 "물좀 드릴까여 >_< 힘내세여" 해주고

 

어찌나 예쁘고 고맙던지, 무슨 말 하면 실수할까봐 말도 못하고 고맙다 정말 막시 떙땡큐베리모치 만 반복할 뿐 이었다

 

괜히 "너 정말 귀엽다 이쁘다 "  했다가 옆에 있는 부모님이  "이 새끼 뭔소리 하냐 " 고 하면 곤란..

 

 

아무튼 너무더워서 중간에 콜라도 한캔 사마신것 같은데 기억은 가물가물

 

벨로모빌들이  엄청나게 빠른속도로 달려서 깜짝 깜짝 놀라긴 했는데 이게 볕이 뜨겁고 날이 더우니까

 

그 안이 찜통처럼 쪄지듯이 열이 방출되지 않아서 그런지 엄청 힘들어 하는게 보였다 

 

그늘에 세워놓고 자거나 뚜껑을 까고 슬슬 달리거나 .....  역시 모든게 만능인 법 은 없는 것이다

 

다시 까헤로 돌아가는데,  이쯤에서 쉬다 카톡을 보니 한국에서 오신분이 크게다쳐서 전신마취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에

 

"정말 다치지 말자 진짜 DNF해도 좋으니까 여기선 다치지말자 " 

"다운힐도 조심하자 진짜 무슨일이 벌어져도 다치지만 말자" 는 다짐을 하면서 달려나갔다

 

중간에 작은 마을을 통과하는데, 마을을  떠나기전에 약국에 들어가서 근육통에 바르는 파스를 잽싸게 하나 구입했다.

 

처음엔 날도 덥고 해서 우리나라의 뿌리는 맨소래담 같이 약간 쿨감을 주는 그런 시원한 스프레이를 달라고 했더니 그런건 없고

 

"너 혹시 pain(통증)이 있어??" 라고 하길래  통증은 없었지만  나중을 대비해서 혹시 모르니까 

"음 쪼금?" 있다고 했더니   단순한 파스가 아니라 통증을 잡아주는 바르는 소염진통제 같은  약을 내어줘서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가격은 한 만원 정도 줬나 7유로를 조금 더 준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이걸 어떻게 안 챙겨 왔을수가 있을까...  싶은 후회가 많이 들었었다. 

 

1200키로는 정말 긴 거리인데 먹는 소염 진통제도 좋겠지만 발라서 바로 흡수시키는 젤을 챙겨오는게 안전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어쩃든 시간을 까먹더라도 이것 만은 사서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공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갈 거리가 멀기에.

 

 

그리고 이쯤에서 한국에서 오신  '엄살대마왕님' 을 만나서 서로 "아니이게 누구야!! "  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다가

 

"아니 업힐이 왜이렇게 많아요? 분명 낙타등만 있고 평지랬는데.."  라고 내가 인사같은  투정을 부렸더니

 

 

 

"아니 누가그랬어 그 XX가 그랬지?? 아오 피비피가 업힐이 많다니까는, 내가 4년전에 실패한게 업힐 연습이 안되어있었던 거랑, 한국사람 만나서 수다떨다 시간까먹은것 떄문이라서

 

이번엔 업힐 연습만 해왔어요, 씨피에서 한국사람 만나서 수다떨고 시간 까먹지 마시고!!  피비피가 업힐이 많아요  많은게 맞는거야"

 

하시는게 정말  뭔가 내 마음을 전부 다 이해 해 주시고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 울컥 위로가 조금 되는 것 같았다 ㅠㅠ..

 

누가 피비피는 그냥 작은 낙타등이라고 했냐고 누가.... 앞으로 피비피 평지라는사람 다 차단이다

 

 

웃기게도 ,

까헤로 가는길에  어제는 개밥같다고 투덜댔던 그 파스타가 너무생각이나가지고

가자마자 CP의 배식줄에 서서 파스타를 또 고봉밥마냥 받아서 콜라랑 요거트까지 곁들여 아주 신나게 처먹었던 것이다.

 

그래도 여기는 떡진 마카로니는 아니고 면으로 된 파스타여서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위에 치즈가루도 얹었다.

 

진짜 옆에서 보던 랜도너는

이자식은 저 개밥같은 파스타를 뭐 저렇게 산처럼 쌓아놓고 먹냐 싶어 보였을 수 도 있다 정말로 ㅡ,.ㅡ 

 

아니 근데 브레스트를 빠져 나오다가, 반환점을 돌았으니 빕과 져지를 새거로 입었는데

 

새로 갈아입은 DHB빕이 궁댕이가 안맞는지 제봉선이 너무 아파가지고

여기서 그냥  입던걸로 다시 갈아입었다. 

어찌나 화가났는지 그 빕을 바로 쓰래기통에 직행시켜버렸음이다. 

"어짜피 안입을거야 집에 가도 이건 안 입을 꺼니까 넌 그냥 여기서 경량화다 "

 

이 먼 거리를 오면서 빕을 잘 못 챙겨오다니 정말 등신같은놈이 따로 없다

스스로에게 너무너무 화가났다

 

600키로나 입은 축축한 빕을 다시 입고 달리는 내마음은 정말 눈물을 콸콸 흘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입던빕은 엉덩이가 잘 맞으니 통증이 확 덜해져 달리는 감이 훨씬 좋아졌기에

통증이 없어지고 안도감이 드니까 뭐 다른 감정은 녹아버렸다고나 할까?

 

 

32키로를 더 달려서 구아헥 sp를 지나니까 730키로 정도를 달려왔다.

 

날이 정말 너무 뜨겁고 어제 밤에 잠을 못잔거나 마찬가지니까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아주 난리통에 시달리고 있어서

 

SP에서 잠깐 쪼그려서 쉴 수 밖에 없었다.. 아 정말 SP에 오기까지 덥고 너무 지치고 힘들었는데

 

명확히  어느 시점인지는 기억은 나질 않는데,  갑자기 빨간 밴이 지나가면서 " 화이팅!!! " 해서 보니까

 

한국 랜도너스의 얀 할아버지와 아담님이 아니신가?

 

지나가면서 "달려라 달려! 파이팅! " 을 외쳐시고 가는데

 

와 세상 그렇게나 반가울 수 가 없어서 힘이 번쩍하고 솟아났지 뭔가

 

너무 경황이 없어서 사진을 찍지도 뭘 하지도 못했지만

 

그 순간의 반가움이란 아담님이나 얀할아버지를 만날때면 언제고 꺼내서 회상할, 영원히 기억속에 남지 않을까 싶다. 

 

(저런 모습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밤새 땀에 젖은 워머와 베이스를 가방 밖에 묶어 달리면서 쫙 말려놔야 밤에 또 착용하기 좋을테니까 말이다)

 

sp에 도착해서 간단히 보급을 하고 생각을 곰곰히 해보자니

 

다음은 다시 루데악cp 782키로 쯤인데..  좀 많이 지쳐서, 이걸 갈수 있나 어쩌나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시간을 엄청까먹었다.

한 한시간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고

 

괜히 미캐닉 한테 가서 바퀴 바람한번 채우고, 보조로 사온 전조등 브라켓 고무가 사라져서 그거 좀 해결해본다고 삽질하고

 

그러다 보니까 다섯시가 넘어서야 어정쩡 하게 구아헥을 빠져나오고 있었 던 것이다.

 

"아 어떻게 할까 루데악 가서 자는게 답이긴 한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렵게 어렵게 루데악에 도착한게 밤 열시쯤...? 인 것 같은데

(엄청난 인파의 루데악 CP)

 

지칠대로 지쳐서 뭐 먹고 바로 잠으로 돌진할 수 밖에 없었다.

 

다들 나처럼 지쳐있는건 마찬가지여서 ,

숙소 계산하고 배정받고 또 알람 시간을 정하고, 배정받은 자리로 안내받는 것 만 한 삼-사십분은 날라가버린 것 같다

 

그렇다고 잠을 자지 않을 수는 없는데, 만약 루데악에 숙소를 미리 잡아놨다면? 이런건 다 그냥 해결되버리고 심지어 뜨신물에 샤워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답은 심플한 것 이다.

(난 탄수화물에 노예인게 분명하다, 여기서 또 저 개밥같은 마카로니를 저렇게나 많이 처먹었으니, 그것도 아주 신나게 다처먹었다)

 

도대체 뭘 먹지 않고 잘 수는 없으니 일단 씨피음식으로 배를 왕창채우고

 

바로 취침

 

문제는 아직도 토탈 주행거리가 780키로 정도인데.. 갈 길은 약 450키로나 남은 것이다...

 

아 내일은 또 어떻게 하냐 이거 내일이 큰 고비가 될 것 이라는 확정된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이 들고 있는 밤 이었다

 

루데악 씨피 가보니까  엄청큰 체육관에 야전침대를 수백개  까득 깔아서 준비해놨는데

 

거기를 진짜 바글바글 랜도너들이 쭈구려 자고 있었던 것이다.

 

다들 얼마나 피곤한지 코고는 소리가 아주 우렁차게 체육관에 울려 퍼지고 있었고

 

나도 이거저거 충전할거를 배터리에 꼽아놓고 기절해버렸다

 

어제 잠을 너무 못자서, 그래도 여기서 10시 반 쯤 부터 한 두시 반까지  한 네시간 잤다, 첨엔 두시에 깨워달라고 했다가 

 

아니야 ㅠㅠ 쪼금만 더 잘래...  하고 2시 30분으로 바꿨다

 

보니까 말이 안 통할 수도 있을까봐 그런지 벽걸이 시계를 하나 가져다놓고, 너 언제 깨워줄까 하고 시계로 표시해주라고 하는게 고맙고 조금은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춥고 배기고 하니까 중간에 몇번 깨긴 했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중에선 최고로 좋은 잠자리였음은 분명했다.

 

와 진짜 두시반에 칼같이 깨우는데

 

지옥이 있따면 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 뿐 이었다

 

아 진짜 나가기 싫다 진짜.. 진짜 그냥 나 그냥 자고싶어 

 

 

그치만 가야지 어쩌겠는가?

 

그 컴컴하고 한기가 도는 체육관 야전침대에서 옷을 주섬주섬 줏어입고.... 나갈 수 밖에.

 

자고 나가면 겁나게 춥기때문에 레인자켓까지 풀로 무장해야한다 진짜로 이빨이 딱딱 할 정도로 춥다니까....

 

 

일단 일어나서 체육관을 나섰는데 , 그냥은 죽어도 못가겠어서

 

커피를 한잔 샀더니 컵에줄까 볼에 줄까 물어보길래

 

 

"당연히 사발로주세요 많이많이! " 그랬더니

 

 아주 그냥 우리나라 대접같은거에 말그대로 사약같은 커피가 한잔 나왔고

 

난 거기다 또 평소엔  죽어도 넣지않는 설탕까지 두개 털어 넣고

 

무슨 탕약 마시듯이 

 

"으어  이것은 신이 주신 보약이다 보약이야"  하고  꿀꺽 꿀꺽 마실 뿐이었다.

 

옷도 챙기고 커피도 마시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보니 루데악을 나가는 시간 새벽 3시


아무튼 출발 하는 수 밖에 없다

 

아무튼..

 

그렇게 4일차 그리고 마지막 5일차가 내 앞에 펼쳐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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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회차에 이어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