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CLE+SWIM/PBP2023 2023. 9. 6. 03:46

PBP2023 꿈속을 다녀오다 // EP 4 DAY4-5, 끝나지 않던 밤의 미로

<이 글은 클리앙 자전거당에 선 작성 후 백업 하였습니다 >

==========================================================================================

보약커피 한 사발을 마시고 어렵사리 CP를 나오는데, 너무 추워서  잠깐  정비를 하다가 보니

 

왠 반팔 져지 입은 형아가 지나가는데

 

도대체 정말 정체가 뭘까... 싶은 생각 뿐이었다

 

 

다음은 퀘디악 SP까지 60키로 , 토탈 842키로까지 가는 거리

 

이 구간도 아주 그냥 길마다 버려진 랜도너 시체가 즐비했다 

 

나도 뭐 그중에 하나가 되기도 했다가 또 달려나갈 뿐 이었지만

 

여섯시가 되어서 겨우 SP에 도착했으니 진짜 힘겹게 달려온 것 인데

 

중간에 민가보급이 정말 잘 나와있어서 거기서 사먹은 따듯한 스프 한그릇이 나를 살려주었음은 하늘이 알고 내가아는 팩트

 

누런게  뭔 스프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춥고 배고프고 뒤지겠으니까 아주그냥 싹싹 그릇 바닥까지 핥아먹을 수 밖에 없었다 어찌나 맛나던지

 

 

 

퀘디악에 도착해서 또 파스타를 고봉으로 오질라게 배에 때려놓고서

 

거기서 좀 너무 추운것 같아서 비실대고 있었는데

 

저옆에 화로를 하나 피어놨길래 거기서 옷 다열고 땀을 좀 말리고 몸도 좀 데피고 하는데

 

이테리에서 온 10대로 보이는 어린 친구가 팔다리 워머도 없이 아주 불앞에서 진짜 무슨 집에서 쫓겨난 똥개마냥 울려고 하길래

 

"너 임마 빨리 옷 지퍼 다내리고 불에 땀을 말려 짜샤 땀떄매 추운겨 " 하니까 

"그 그래여? ㅠㅠ "  하면서 내 말을 듣고 옷 다 풀어재끼고 몸을 불에 지지던데

 

도대체 얘는 누굴 따라 여길 왔길래 옷을 저따구로 왔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 마치 브레베 초년생의 나처럼.. 춥다고 울었지 아마

 

 

여기서 다음 씨피 틴테니악은 겨우 25키론데....  정말 졸리고 너무나 힘들었던 것 같다

(저런게 수백개는 나온것 같은데  이런건 업힐이 아니라고 한다면 난 더이상 할말이 없다... 너가 업힐을 너무 못하는거 아닌냐고? 한판 붙어볼래?)

 

 

낙타등이라기엔 좀 선 넘는 고개들이 자꾸나오고 날은 덥고 해서 .. 결국 가다가 자전거 세워놓고 누워버렸다

 

 

아 몰라 이젠 니들이 지나가던 말던 난 불안하지도 않고 그냥 죽기만 싫을 뿐이다

 

한 두번 세번째 쯤 널부러져 있는데

 

 

한국의 또다른 브롬톤 낟서른님이 어떤분과 열심히 달려가시기에

 

평소같으면 "우씨 나도나도나도!!"  하고 일어나서 잽싸게 붙어보려고 했을텐데

 

그럴 의지가 0.1도 생겨나지 않았다 그냥 손만 흔들어주고 난 뻗어버렸을 뿐이다

 

틴테니악에 도착한게 한 9시 20분쯤인가 그랬떤 것 같은데 여기가 865키로 지점 쯔음이니까 아직도 갈 거리가 380키로나 남았따는 것이다...

 

틴테니악에 쉬고있는데 한국분이 장경인대가 안좋다고 하셔서

 

얼른 내가 사온 근육통 잡는 약 발라드리고 안장 낮추시라고 조언 해 드렸다

 

상당한 고수분 같았는데 장경인대가 아픈건 처음이시라고 해서 내가 겪은바 최선의 조언을 드렸는데

 

후에 다행히 잘 완주 하셨다고 해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또 달려가는데..

 

가다가 도저희 힘들어서 자꾸  자리잡고 누워버릴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랬떠니 페이스가 급격히 저하되서

 

계획했던 플랜이 모두 무너질 수 밖에 없었는데 한번 꼬이기 시작한 실타레는 풀릴 기미는 없이 점점더 꼬여갔지만

 

당장 사람이 살아야겠다 생각하니까 에라모르겠따 하고 자꾸 바닥에 퍼질러 앉아버렸다

 

아주 아무 바닥에나 널부러지기 레벨만 올라가고 있는 하루 하루다

 

 

 

다음 씨피는 푸제흐 , 60키로 거리 ,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간에 잠깐 자다가 쪽모자를 벗어놨는데 정신이 없이서 그것도 그냥 두고 와버렸는지 쪽모자도 잃어버렸다

 

마을 입구 쯤에 커다란 까르푸가 보이길래,  아까부터 자꾸 양치질이 너무나 하고싶어서 여기서 보급을 하면서 양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엄청나게 커다란 까르푸였는데..  그 뭐시기냐  칫솔 치약이 같이있는 여행용 셋트를 사려고 했더니

 

성인용은 없고 애들용만 세트로 팔아서  그걸 그냥 하나 사고

(저렇게 많은데 성인용은 왜 없냐고)

 

스타벅스커피를 하나 사고 샌드위치 하나사서 나왔다

 

 

정말이지, 해외 브레베를 달려보니까

 

가장 해결하기 힘든 '갈증' 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면, 얼음컵에 부어먹는 콜라사이다 이 세가지가 아닌가 싶었다

 

아 한가지 더, 맘편히 터놓고 대화를 나눌 상대가 잘 없다는 것 도 그렇다

 

한편으로는 "아 뒤지게 힘드네 , 또 업힐? 아니  증말 하 나원... "

 

 뭐 이렇게 마음대로 궁시렁거려도 옆에 사람이 하나도 못 알아먹는 다는건 가끔 장점이기도 했지만. 

 

이테리나 뭐 브라질 인도애들 영어도 잘 하지도 못해서 대화 하기도 쉽지가 않고 좀 답답한 마음이 들때가 있었다.

 

 

그나마 독일이나 벨기에 혹은 영국 친구들 같이,  영어가 통하는 친구를 만나면  신이 났던게

 

너는 어디서왔니, 나는 어디서왔네, 니 자전거 좋네, 니 브롬톤 제정신아니네, 나 너네나라 어디 가봤네

 

너 우리나라 뭐 아니, 한국 니네 축구 X새끼들아 우리한테 왜그러냐(독일), 미얀하지만 스포츠는 나도 어쩔수가 없다, (총 한발쏴줌)

*독일은  남 녀 월드컵에서 연속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덜미를 잡혀 탈락했다.

 

너네나라 애들 키가 다 크던데 부럽다 사기아니냐 너무 불공평하다, 나는 키가 콩알만한데 너는 키가 무슨 2미터는 되겠다, 자전거 큰거타서 좋겠다 이쁘다,

 

리들리 같은 너네나라 브랜드는  나같은 콩알은 타지도 못하는데 너무한거 아니냐, 그래도 난 사랑스런 피나렐로가 집에 기다리고 있지롱,

근데 그걸두고 왜 브롬톤 타고와서 개고생하냐 미쳤냐,

 

그래도 만나서 반갑다 정말 이 나라 고개가 자꾸나와서 돌아버릴 것 같다 그치않냐, 

씨피 밥은 참 퀄리티가 뭣같지만 뾰족히 수가 없지않냐,  난 맥도날드 플랜을 가동중이다, 잠은 어디서 잘꺼냐, 앞으로 계획이 어케되니,

 

완주하면 집에가니, 어디 몸 아픈데는 없니, 너네나라 몇명 참가했니, 우리나라 몇명왔는데, 우리나라 브레베는 뭐 어떻고 저쩧고 너네나라는 브레베 하기 환경이 어떻니, 

 

나는 그래도 유럽사람이니까 전날 기차타고 왔는데 넌 비행기 오래탔겠네, 한국은 되게 멀지 않니, 

 

그러니까 개 불공평하다 우리나라 통일되면 어메이징 브레베 만들꺼다 너 꼭와야한다 그래야 공평한거다, 

너도 13시간 비행기타고 와서 이거 타봐야한다 그래야 서로 맞는거 아니냐, 

 

너 별스타그램 하냐, 아이디는 뭐냐 그러고보니 너 이름은 뭐냐 난 뭔데 , 팔로우 해서 친구나 먹자 

 

뭐 이런 수다를 떠는것 만으로도 정말 한시간 정도는 편안하고 즐겁게 정신없이 흘러가 버리곤 했으니 말이다.

 

도대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기가 이렇게 힘든일이구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면 종류가 수백개씩이나 되는 캔커피가 저렇게 큰 까르푸에 가도 몇종류 찾아보기 힘들다는게

 너무나 새로운 현실이었다. 내가 살았던 영국만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프랑스는 더 심하게 느껴졌다.

 

편의점? 아에 없다 그냥 파리같은 큰 도심에도 . 영국처럼 그 뭐라 해 비허가 판매점 뭐 그딴거 가끔 있는 정도지

 

24시? 꿈도 못꾸는 일이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서 다시 푸제흐로 오는데

 

여기는 또 왠놈의 업힐이 그렇게 많고 또 도시가 왠 ..사선이여 사선

 

근데 여기 푸제흐를 다시 잘 돌아보니까

 

 

 

스코트랜드의 에든버러랑 상당히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시가 엄청큰 산에 쭉 펼쳐져있고 큰 성이 하나 있고.. 

 

그냥 분위기 자체가 되게 에든버러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심 자체가 능선에 펼쳐져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말인 즉슨 도시를 통과하는길이 다 오르막..

 

푸제흐 씨피에 도착한게 12시 50분 쯤인가 

 

초죽음이 되어있는 상태 , 누적거리 920 아직도 300키로나 남은 것이다

 

 

푸제흐를 탈출해  달려 나갈즈음, 백두대간 져지가 앞에 보이길래 가서 슥 보니까 엥 외국인이 아닌가

 

얘기 해보니 2017년 한국 1200을 타셨는데 그때 하나 선물받은 져지라고 해서 알아보니

 

파스칼? 이라고 국내 랜도너 분들에겐 꽤 유명한 분인 듯 했다

 

몸은 지칠대로 지쳤고 피로도 누적되어

 

중간에 민간 보급해주시는 곳 에서 과일과 음료를 진짜 눈치코치 염치라고는 1도 없는 무뢰한처럼 처먹은다음

 

 

 

그 옆에 앉아서 한 30분 잤다

 

오랜지 나눠주시던 어머님께서 "바닥에 그러지 말고, 저기 가서 자 저기~ 내가 공간 내어줄께 하셨는데"

 

차마 그럴 수 는 없어서 그냥 괜찮다고 하고 옆에 바닥에 쪼구려서 잤다.  몰라 이제 자전거가 천대가 지나가든 뭐하든 난 모른다. 

 

어짜피 페이스가 이제 너무 늦춰져서, 오늘밤 자려고 했떤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이다. 여기서 그냥 좀 자자 날도 더운데 그늘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그렇게 한 30분 넘게 자고 일어나서 또 달려가는데

 

나같이 지친 랜도너가 아주그냥 1분 간격으로 바닥에 널려있었다

 

여러분 여기 란도너 줏어가세요~

 

이것도 처음볼 땐  '저렇게 쉬고 있어도 되는건가? 여유들 있나봐'  했는데

 

이젠 뭐 '나도 옆에가서 좀 쉴까..?  저기가 좀 눕기 좋아보는걸?' 이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고

 

 

죽을것 같을때마다 나타나서 나를 구원해준 민간 보급에서 물을 채워가면서 열심히 달려갈 뿐이다

 

 

너무 더워서 중간에 음료파는데서 콜라를 하나 샀떠니 빠나나를 하나 서비스로 주네? 옆에 사과로 주면 안되냐니까 둘 다 주네?

 

콜라를 3유로에 팔든 4유로에 팔든 

 

무조건 땡큐 할 수 밖에 없다 . 

 

끝도없이 펼쳐지는 오르막길

 

여기동내는 히얀하리 만치 낙타등도 아니고 이걸 머라고 해야하나

 

 

 

아이유 고개라고 해야되나.. 이런걸 3단 오르막이 한 100개는 넘은 것 같다 경사도는 뭐 2~5%정도 되는 것 같은데

 

엄청 길고 ..... 사람 돌아버리게 만드는 오오오오오오르막 평지 오오오오르막 평지 오오르막 딴힐 ! 이런 느낌...

 

다운힐은 왜 이렇케 쪼끔하지? 싶은 

 

양옆으로 펼쳐진 옥수수밭과 길게 펼쳐진 오르막

 

오르다보면 아래가 내려다보이기 시작하면서 저앞에 보이는 성당과 작은 마을

 

이것도 첨에나 이쁘다 했지 이젠 아주 지겨워서 사진도 찍고 싶은 생각도 안 들기 시작했다.

 

 

다음 씨피인 빌렌라주엘로 향하는데

 

작은 마을에 애들이 다 자전거 놓고 뭐냐 아이스크림 아니지 여기서는 젤라또 라 하니까, 젤라또 사먹길래

 

나도 잽싸게 자전거 던져놓고 젤라또를 하나 사먹었다

 

근데 아가씨 혼자 일하는데 일손이 넘 느리고.. 그분도 힘들어보이긴 하는데 나는 덥고 시간은 줄어들고있으니

 

자꾸 옆에 영국애랑 둘이 아 쟤 일 좀 빨리 하라고 했음 좋겠다고 투덜투덜

 

(천상의 맛 이었던 젤라또, 저 아이들은 계속해서 오는 자전거들을 향해 발수를 치고 알레! 를 외쳐주고 있었다)

 

그러다 사먹은 젤라또는 정말 천상의 맛이었기에 모든 나쁜 감정은 샤베트 처럼 녹아내려버렸음이다.

 

날도 더워서 미치기 직전인데 , 씨피 진입하는 구간에 왠 또 고개들이 그렇게 있는지... 이게 지금 낙타등이라고 하기엔 너무 심하다 절대 낙타등이라고 할 수 없는 그런 고갯길이 자꾸 나와서

 

상당히 힘들게 빌렌라 주엘 씨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빌렌라주엘 씨피에 도착한게 7시가 넘어서인데 이때쯤 가민에 천키로가 넘게 찍혀서 사진도 하나 찍고.. 

 

씨피 갔더니 진짜 사람이 어쩜 그렇게나 많은지

 

(왠지 기념이 될 것 같아 일하시는 스탭분과도 하나 기념사진을 찍었다 후후)

 

 

여기서 잠깐 생각을 해보니까, 아직도 토탈 200키로가 남았고,  다음씨피까지 80키로 그 다음 드휴CP까지 78키로 그 다음 헝부에 골까지 42키로.. 

 

잠자긴 글렀구나 하는 생각에

 

그렇다면 밤을 대비하는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씨피 앞에 미케닉한테 가서 파워젤이며 이런거 몇가지를 집었더니 왠걸, 카드가 안된다네 .. 아놔...

 

다행히 그 옆에 마트가 있길래

 

급한대로 거기서 쪼꼬바를 몇개 사고 물을 한병 더 사서 챙길 수 밖에 없었다.

 

여기 씨피를 빠져나가는데

 

CP출구쪽에 캠핑카를 엄청 대놓고 보급도 하고 쉬기도하고 굉장했다.

 

유럽애들은 좋겠구나 싶기도 하고, 암튼 다음은 모흐따뉴 ...  81키로미터, 일단 달려나갈 수 밖에  . 

 

자꾸 "일단은 달려 나갈 수 밖에" 라고 하는 것 같아서

 

후기가 지저분한데... "진짜 그랬다"

 

말 그대로 일단 페달을 밟아 나가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제와서 이게 랜도너스 브레베인가 싶기도 하고 바보같은 생각이지만 아무튼.

 

생각보다 거리가 너무 길게 느껴지고  다음 씨피에서 밥을 사먹는 여유 따위가 있을지 확신이 안서서

 

중간에 지나가는 마을에서 캐밥집을 들어가 케밥을 하나 포장했다.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케밥집 화장실들이 깨끗해서 듀믈랭도 거하게 하고 . 

 

여기서 감자칩에 몬스터 한캔만 먹고, 케밥은 이따가 먹으면 그.. 드휴 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에.

 

문제는 여기서 케밥을 사서 출발하는데, 얼마 가지 않아서 저 멀리 막 천둥이 치고 난리인 것이다 흐미....큰일이다.

 

옆에 애한테 물어보니 "11시에서 12시쯤 비 올 수 도 있댔는디 ... 천둥이 심상치가 않다... " 라고 하지 뭔가

 

그러다 얼마 가지 않아서 비가 투투 투투툭..떨어지는데 

 

난 레인자켓을 가져오긴 했지만 ,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얘기가 다르다. 여긴 비를 피할데도 없고 진짜 쌩으로 다 때려맞아야 할 판이고,

 

그나마 중간중간 아주 작은 마을이라도 지나면 눈치봐서 거기서 건물 처마든지 어디든 빌려 비를 피해야 할텐데 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만이 머리속을 어지럽히고 있는 찰라에

 

주변에 같이타던 팩이 갑자기 누가 뭐  버튼이라도 누른 듯  "얼른 가자!" 하면서 부왁 하고는 다같이 내달리기 시작하지 뭔가

 

아마도 "비다....."  하는 생각에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비가 앞으로 어떻게 올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쏟아지기 전에 달려놔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을테니까

 

그렇게 내달리는데 정말 다들 어찌나 그렇게 잘 들 달리는지 보다도  어떻게 다같이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는건지 하고 생각해보니

 

"아 여기 다 슈랜이었지" 문득 다시 떠오르는 팩트

 

 

 

마치 " 형님 여기 슈랜 아닌놈이 어디있어요?" 라고 말이라도 하는 듯 이

 

각자가 슈퍼랜도너스 이상의 성취를 하며 누적해 온 경험치에서 나오는 판단을 동시에  내린 것 같이 느껴졌다.

 

부와와악 하고 달려나가서  순식간에 키로수를 꽤나 뽑아낼 수 있었는데

역시 집단의 힘은 대단하다 1000키로미터를 넘긴  그 야밤에 갑자기 그런 속도를 내다니 , 

다들 여기 피비피까지 온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이다

 

비는 다행히 더욱 거세지지는 않았고 툭툭 떨어지는 수준으로 한시간 정도 오다가 머졌는데

 

비가 머지니까 팩도 자연스럽게 다시 페이스를 조절하는 걸 느낄 수 있었고, 다시 여기저기 널부러져서 쉬기도 하고 잠을 좀 자기도 하고

 

문제는. 페이스를 한번 확 올렸다가 내리니까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건데...

 

여기서 부터가 정말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다 새카만 밤속을  밑바닥까지 지쳐버린 몸으로 달려나가니

 

저기 보이는 도로 표지판에 뭔 한글이 자꾸 써있는것 같질 않나.. 

 

"뭐? 오르막차선? 저게 저렇게 하얀 표지판에 쓰여져 었던가??  아 놔 여기 프랑스잖아 !!" 

 

저 앞에 나무가 양쪽으로 우거졌을 뿐인데 무슨 터널이 쫙 펼쳐지는것 같이 보이질 않나...

 

자꾸 헛것이 보이고 집중력이 떨어지니 다운힐에서 겁이 덜컥나서 중간중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열심히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서 모흐따뉴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 2-30분.. ?  애초의 계획에 비하면 말도 안되게 늦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완주가 불가능하다면 그건 절대 아니다,

 

내일 오전 11시가 리미트니까 앞으로 120키로 정도 남은 걸 감안하면 오히려 완주라는 측면에서는 여유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잠을 잘 정도의 여유는 아니라고 생각한것은

 

몸 상태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 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는 것 이다

 

모흐따뉴에서 휴대폰 충전을 맡기고 아까 사온 캐밥을 마저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데,  쪼금만 자고싶다는 생각이 정말 간절해서

 

"누우면 못일어난다 누우면 못일어나"

 

이렇게 혼자말을 하면서 케밥을 배속으로 밀어 넣었던 것 같다

 

 

씨피에서 충전 케이블하고 돼지코만 있으면 충전은 무료로 해주고 있긴 했는데

 

 

 

이게 진짜 꼽혀있는 기계수가 수백개씩은 되어 보여서 마치 메트릭스속 세상이 아닐까 싶은 지경이었다.

 

(나보다 출발이 늦은 로드들은 여기서 한두시간 정도 잘 여유가 있었음이다 아니, 나도 로드였으면 여기서 잤을거라 생각한다)

 

모흐따뉴에서 출발한 시간이  새벽 2시쯤? 뭐 그랬던 것 같다

 

다음씨피 이자 마지막 씨피인 드휴까지는 78키로, 드휴에서 헝부에 까지 또42키로..  잘 갈 수 있을까

 

평소라면 78키로 4시간, 42키로 2시간 , 6시간에 남은시간은 9시간이니까 시간  충분하네 하고 생각했을텐데 

 

몸이 그러지 못하니까 불안한 마음이 자꾸 피어올랐다

 

아 이 새벽의 모흐따뉴에서 드휴까지의 라이딩은

 

모든 라이딩 경험을 통 틀어도 최악의 시간들 이었다고 할 정도로 체력적으로 힘에 부쳤는데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 라는걸 넘어서서 따끔거리기도 하고 뭔가 자꾸 이상한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고 막 몇년전 수술한 고관절 부위가 우직한 느낌도 있고

 

종아리며 얼굴이며 팅팅 부은것은 뭐 말 할 것도 없고, 거기다가  졸음이 극에 달해서  도저히 그 어둠속에 다운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새카만 밤에

 

나도 모르게 번쩍! 하고 "뭐 뭐야 졸았잖아!! 미친놈아!!!!!!!!!!!"  하는 일이 자꾸 발생해서

 

이러다 엄한 타지에서 자빠지면 X된다 하는 생각이 드니까

 

"아 일단 쉬자 쉬자 이거 증말 죽겠따"  하는 공포감에 휩싸여서   

 

20분 가고.. 20분 자고 (물론 바닥에 널부러져서) 20분 자고... 20분 가고..  

 

그렇게 밖에 나아갈 방법이 없었기에.. 

 

그렇게 힘겹게 나아가다가 해가 조금 떠오를 쯤 이었던가

 

앉아서 널부러 질때마다 , 못 깨어나고 시간이 훅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알람을 다섯개 여섯개씩 맞추고 품에 넣어서 져지로 채우고 잠을 청했는데

 

몇번째 였는 지 도 모르겠다. 한 대여섯번째 쯤 청하는 쪽잠 이었으려나

 

알람에 눈을 떠보니 아니 한 4-50분을 자버린게 아닌가???  내가 누으면서 맞춰놓은 알람도 아니고

 

평소 새벽에 수영장 가려고 맞춰놓은 알람에 눈이 떠져버린 것 이었다....

 

가민을 보니 아직도 드휴까지는 15키로가 넘게 남았다.... 드휴에서 헝부에까지가 42키로, 토탈 한 60키로 남았다고 치고, 혹시나 펑크가 나서 한시간을 까먹는다고 치면?

 

열심히 가도 4시간은 필요할텐데...  눈을 떠 진 시간이 6시 50분이었나 그랬으니까 대충 지금이 7시고,  8시 9시 10시 11시 ,  펑크라도 났따가는 리미트에 간당간당 

 

그땐 정말 입에서 별에 별 욕지거리가 다 튀어나오고 아주 난리가 나버린 것이다.

 

'니가 정말 미친놈이구나, 여기까지  와서 이런 실수를하다니, 미친xx 결국 실수를 했네 아이고  쓰래기 같은놈 정말 정신이 나간 XX구나' 등등

 

그때 부터 드휴까지 15키로정도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밟기 시작했는지 알 수가 없다

 

떠오르는 태양이며 정말 끝내주는 아침의 뷰 가 펼쳐졌는데

 

사진? 끄딴건 모르겠다 일단 무조건 질주다 거기서부터 드휴까지 15키로는 다행히 평지에 가까운 구간이었는데

 

30~40키로를 내며 눈앞에 로드들을 하나씩 다 제껴나갔따. 다운힐도  이를 악물고 내리 꼽기 시작했던것 같다

 

이때 , 내가 필사의 질주를 하고 있는데

 

한 이테리 아저씨를 제끼고 한번 더 가속 하려는 찰라에 

 

이 아저씨가 갑자기 옆에있는 친구한테 나를 가리키며  뭐랄까..  "잡아와라" 이런 늬앙스의 말을 한 것 같은데...  그러자 마자

 

그 옆에 아저씨가 나를 무섭게 쫓아오는게 아닌가?

 

몰라 난 지금 아저씨는 안중에도 없다고  올테면 와라 지금 나는 궁지에 몰려있으니 두려울게 없다

 

무조건 질주다 계속 로드들을 따내면서 질주 또 질주

 

1200키로 내내 한번도 내보지 못한 속도로 브롬톤을 내달리고 있었는데

 

한참 그 쫓아온 아재랑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같이 가속하고 있으니까

 

그 리더아저씨가  갑자기 어디선가 죽어라고 따라 와서는

 

"너 잘달리는데?? , 그 자전거로 그 정도 속도를 내다니 임프레시브하다" 고 하길래

 

"나 지금 리미트에 몰렸어 가야해" 하니까

 

"도대체 언제까진데?"  하기에 "나 11시까지"  했떠니 "아직 여유있어 슬로우다운 해도 돼 ~ "하기에

 

"아니 나는 브롬톤이라 펑크라도 나면 오래걸려 무조건 가야된다고 !!" 설명을 해도

 

뭐 알아 듣지도못하고 자꾸 갸웃거려서 화를 버럭 내버리고 말았다.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는지 아저씨는 자꾸 어리둥절해 했지만

 

나는 내가 급하고 몸이 힘드니까..

 

한 5분쯤 후에 찾아가서 성질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는데, 다행히 이해한다고 다 괜찮다고 해줘서 참.. 고맙고 미얀했다

 

그렇게 죽도록 밟았떠니 드휴에 도착했고

 

드휴에서 헝부이에 들어가는 마지막도 고갯길이  마을을 끼고 달려야 하기에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고 알고 있었기에

 

지체없이 도장만 찍고, 전전 씨피에서 파워젤 대용으로 사온 초코바를 입에 우겨 넣으면서 10분내로 씨피를 빠져나와서 또 페달을 밟아 나갔다

 

 

열심히 가다보니 백두대간팀 두분과 낟서른님이 뒤에서 오셔서는 "잠냥님!! 탑승!!"

 

을 외쳐서 반갑게 붙어보는데

 

역시 백두팀의 질주는 엄청났따. 지금의 체력으로는 도저희 따라가질 못할 것 같았는데 그래도 슬슬 붇쳐주셔서 열심히 따라가다가

 

10키로 쯤 남았을때, 체인이 빠지면서 백두팀과 낟서른님을 먼저 보내주고

 

체인을 끼우고 나머지 또 열심히 달려가니 가민에 드디어 헝부이에 존으로 진입을 알 수 있었다.

 

헝부이에 진입해서 도착지인 피니시부지 까지는 또 한참을 가긴 해야하지만

 

여기서부터는 10키로 남음, 5키로남음 하고표시가 되어있어서 진짜 다 오긴 했구나 싶기도 하고 맘이 조금 편해졌는데

 

여기서 독일팩인가를 하나 만나서 대화를 조금 하고 뭐 그러고 있었더니,  한참 가다가 갑자기 경찰한테 붇잡혀 있는게 아닌가?

 

'나는 몰루겠엉..' 하고 남남인양 슥 지나가서  그 바로 뒤를 지나간 이테리 친구한테 물어보니

 

"아 쟤네 , 스탑 사인에 경찰 서있는데 그 앞으로 그냥 지나가서 저러는거야"

 

다와서 교통신호 위반을. 

그 친구들도 하려고 한게 아니라 정신이 제 정신이 아니었을 뿐 일 테지만.. 그래도 경찰이 적당히 봐줬는지 조금 시간이 지나니 무난히 다시 팩에 합류해왔고

 

마침내,,, 마침내 피비피 완주점에 도착 할 수 있었다

 

헝부에 골에 도착하니 엄청난 환영인파가 박수를 쳐주고 환호를 해주고

 

또 "오 저기 들어옵니다 코레아 넘버 몇번 누구! " 하고 아나운서가 방송도 해주고, 정말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해주고 있었다

 

생각보다는 여유있는 88시간8분에 마침내 피비피 완주자로 ... 90시간에서 88시간이면 사실 여유도 아니다.

 펑크라도 두어번 났으면 아무도 몰랐을 일이지.

 

중간에 이테리 아저씨 말 처럼 시간의 여유가 있게 완주를 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나 모르겠다 정말로.

 

마침내 내가 피비피, 1200k 그랜드 랜도너스완주자가 될 수 있다니

 

그것도 나의 브롬톤과 함께.  그 순간엔 실감이 나질 않아서 어안이 벙벙 해져 있었는데

 

마지막 도장을 받고, 메달을 하나 받으니까

 

 

"와....... 해냈구나" 싶은 감동이 밀려왔다.

 

전체적으로 꼬라지가 상당히 상하기는 했지만 , 손바닥이 저릿저릿 한것 빼고는 어디 관절이 아픈것도 없이 몸도 아픈데 없고

 

이정도면 정말 잘 달려왔다 잘했다 브롬톤아 그리고 나야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완주를 하니까, 밥을 한끼 줬는데,

 

설마 CP밥?  했더니 다행히 CP밥은 아니고 무슨 고기도 꾸워주고 감자도 근사하게 꾸워주는게,  꽤 괜찮은 한끼 식사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맥주와 밥 줄이 따로라서 쪼금 골때린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완주한 사람들 다같이 근사한 식사를 하는 기분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정말 괜찮은 시간이었다.

 

서로들 여기 오면서 각자의 나라에서 맞춰온 져지를 교환해 가기도 하고, 쪽모자 같은것을 선물하기도 하는게

 

처음 경험해보는 일 들 이어서  나에게는 너무나 특별하고 기분좋게 느껴졌다

 

나는 스페인 친구랑 져지를 바꿔줬는데,  그 친구도 한국 랜도너스 써진 져지를 입고 해외 어딘가를 달려 나가면서

 

그거 무슨져지냐 하면, 코레아 랜도너스 라고 말 해주려나.

 

 

기념품을 좀 더 사오려고 했더니 줄이 너무길고, 이미 의류는 싸이즈가 거의 다 빠져버려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얼른 공항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는데

 

좀 더 시간여유를 가지고 다음 일정을 준비할껄 하는 약간의 후회가 든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PBP2023의 완주자로, 파리를 떠날 수 있게 되다니

 

아직도 네버랜드속을 걷고 있는 것 만 같은 묘한 기분에 쌓여있을 뿐 이었다.

========================================================================================

 

에필로그 마지막편으로 따로 남기겠습니다.